'흰색 정모' 받아쓴 1588명…'바다 사나이' 700기 탄생했다
7일 오후 2시 경남 창원 소재 해군 교육사령부의 기초군사교육단 연병장. ‘해군병 700기’ 수료식에 모인 신병과 가족들 5000여 명이 설렘 반, 걱정 반의 눈빛을 주고 받았다.
지난 2월 입영한 신병 1588명은 5주 간의 기초교육을 마치고 이날 정식 병사가 됐다. 이들은 소형고무보트(IBS) 훈련과 전투수영, 야전교육과 전투행군, 정신전력교육 등의 과정을 거쳤다. 수료식에선 전통에 따라 신병의 부모들이 아들의 머리에 해군병의 상징인 흰색 정모를 씌워줬다. 정식으로 ‘바다 사나이’가 된다는 일종의 통과 의례다.
700기는 해군이 군 창설(1945년 11월 11일) 이후 700번째로 신병을 맞이했다는 의미. “해군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기수”라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양지혁 대표 병사(이병)에게 정모를 수여했다.
해군 수병들은 해방 이후부터 6·25 전쟁과 베트남전,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까지 굴곡의 대한민국 안보 역사 현장을 지켜 왔다. 한국 해군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 손원일 제독(5대 국방부 장관)이 뜻 있는 청년들을 모아 ‘해방병단’을 창설하며 시작됐다. 이듬해 2월 15일 신병 교육대를 설치하고 신병 1기 705명을 받은 게 첫 수병의 탄생이었다. 이후 매년 10회 안팎에 걸쳐 신병을 모집한 결과 오늘날 700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총 35만 5000명이 해군 병사로 복무했다.
해군은 수병 출신 가운데 공적이 뛰어난 전사자들의 이름을 딴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PKG) 5척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희생정신이 함정으로 다시 살아나 죽어서도 조국의 바다와 전우들을 지켜 달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박동혁함(PKG 6번함)’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참수리 357호정의 의무병으로 활약했던 고(故) 박동혁 병장을 기리기 위해 도입했다. 박 병장은 당시 전신에 100여개의 포탄 파편이 박힌 채로 부상 당한 전우들을 돌보다가 전사했다.
홍시욱함(11번함)은 해군 첩보부대 창설 요원이었던 고(故) 홍시욱 하사(신병 10기)의 이름을 땄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인천 영흥도에 잠입해 정보 수집 활동을 하다가 전사했다.
‘지덕칠함(9번함)’은 베트남 전쟁에서 전우 6명을 구출하다가 산화한 지덕칠 중사(신병 102기)를, ‘홍대선함(12번함)’과 ‘전병익함(18번함)’도 각각 신병 출신의 6·25전쟁 영웅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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