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페이 잇 포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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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 데서 시작된 문화다.
미국 작가 캐서린 R 하이디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주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페이 잇 포워드'(1999)를 썼다.
국내 산업계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주목해 왔다.
올 초 국내 영화 티켓 발권 방식에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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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 데서 시작된 문화다.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발주자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선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산업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내려는 넓은 시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영미권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을 중심으로 먼저 온 손님이 누가 될지 모르는 다음 손님의 음료값까지 미리 계산하는 훈훈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작가 캐서린 R 하이디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주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페이 잇 포워드’(1999)를 썼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마음을 되갚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면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거라는 한 소년의 작은 믿음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1)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국내 산업계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주목해 왔다. 올 초 국내 영화 티켓 발권 방식에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다. 자신이 산 티켓으로 다른 사람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수입한 콘텐츠판다와 배급사 NEW가 멀티플렉스와 협업해 극장가에 이를 도입했다. 관객들은 영화 관람 후 스크린에 나타나는 QR코드로 전 세계에 있는 예비 관객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아동 인신매매의 실상을 다룬 영화라는 점은 이 시스템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문제의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갈 때 스크린에 등장한 주연 배우 제임스 카비젤은 “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는 사람들이 없도록 다른 사람을 위해 티켓을 기부해 달라”며 페이 잇 포워드에 대해 설명한다.
이 시스템으로 1인당 티켓 10장 요금에 해당하는 15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영화를 무료로 보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내려받아 예매하면 된다. 영화 개봉 전 전국 CGV 9개 지점과 NEW가 운영하는 극장 브랜드 씨네Q에서 열린 ‘릴레이 티켓 상영회’(관객이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을 통해 예매하고 참석하는 시사회)는 좌석 판매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이 시스템은 직접적으로는 영화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고,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콘텐츠, 감동한 경험을 타인과 나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페이 잇 포워드가 창작물에 적용되면 작품이 지닌 좋은 가치를 더 크게, 더 멀리 확산시킬 수 있다. 미디어와 SNS 등을 통해 공유되는 콘텐츠, 극장에 걸리는 영화, 미술·음악 분야의 전시와 공연은 사회 전반에 파급력을 가진다. 문화는 경제를, 생활 양식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이용권이나 입장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은 업계의 생존과 순환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의 가치는 더 많은 사람이 공유했을 때 더 높아진다.
극장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전반에 이런 장치가 마련된다면 다양한 이유로 문화 콘텐츠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문화 진입장벽을 낮출 수도 있다. 창작의 결과물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메시지와 감수성을 나눌 때 시대와 문화가 발전하는 것 아닐까.
임세정 문화체육부 차장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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