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시시각각] 이재명과 경기동부의 끈끈한 인연
남북 간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모의하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10년 만에 본격 부활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권에 진보당 몫으로 3석을 배정하면서다.
진보당은 자신들이 “통진당의 후신은 아니며 가치와 정신을 일부 계승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에선 통진당의 후예로 간주한 지 오래다. 과거 운동권의 NL(민족해방) 노선을 그대로 베낀 당 강령부터 핵심 구성원들까지 두 당은 겹치는 부분이 아주 많다. 진보당에서 유일한 현역 의원인 강성희 의원이나, 울산 북구에서 민주당-진보당의 단일후보가 된 윤종오 전 의원, 수도권 출마를 준비한 김재연·이상규 전 의원 모두 통진당 출신이다. 5일 발표된 진보당 비례후보 3명(장진숙·전종덕·손솔)의 이력에도 통진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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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이재명-김미희 단일화
올 총선서 진보당 3~5석 횡재
간첩단 사건마다 진보당 등장
」
이번 총선에서 진보당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냈다면 원내 입성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지역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넘기 어렵고, 비례대표도 득표율 3% 미만은 의석을 안 준다는 봉쇄 조항에 걸렸을 가능성이 컸다. 참고로 2022년 대선 때 진보당 김재연 후보 득표율은 0.11%에 불과했다. 그런데 진보당이 졸지에 비례 3석을 확보하고, 추가로 지역구 1~2석까지 넘보는 횡재를 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경기동부연합의 끈끈한 인연을 빼놓곤 설명이 어렵다.
NL 분파 중에서도 가장 종북 성향이 강했던 경기동부연합은 통진당의 핵심 주류였다. 이석기·김미희 전 의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경기동부 출신으로 잘 알려진 인사다. 이재명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성남에서 사회운동을 할 때부터 김미희 전 의원과 안면을 텄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김 전 의원도 민노당 소속으로 같이 출마했는데,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이 대표로 후보를 단일화했다. 그 대가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자 김 전 의원을 비롯한 경기동부 인사들은 대거 시장직 인수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김현지씨도 경기동부 인사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씨도 한총련 지도위원 출신이어서 경기동부와 동질성이 강하다. 이후 이재명 시장 체제에서 경기동부 인사들은 성남시와 관련 기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에 개입했다. 이 대표는 경기동부를 활용해 조직력을 키우고, 경기동부는 실리를 챙기는 윈윈 관계를 형성한 셈이다.
지금 이 대표는 2010년의 아름다운 추억을 재연하려 한다. 믿지 못할 친문은 쳐내고 진보당을 위성정당으로 끌어들이는 게 향후 대권 가도에 유리하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도대체 진보당이 어떤 당인가. 공공연히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하고, 한·미 연합훈련 반대를 외치는 정당이다. 당 강령엔 재벌 해체와 대폭 감군(減軍)도 명시했다. 그뿐 아니라 최근 몇년 새 당국에 적발된 제주간첩단, 창원간첩단, 민주노총 간첩단 등 잇따른 간첩 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진보당 간부들이 고정 배역으로 등장한다.
공안 당국은 지난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때 약 200쪽 분량의 북한 지령문을 확보한 뒤 어렵사리 암호를 해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산하 문화교류국(대남 공작기구)은 2021년 12월 28일 민주노총 간첩단에 이런 지령을 내렸다.
“영업1부(민주노총을 의미)를 진보당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 진보당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고, 2024년 총선에서 다시 원내 정당으로 진입할 전망을 열자.”
실제로 진보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당선자를 냈고, 이번에 원내 진입에도 성공했다.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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