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만의 뉴스터치] 조국혁신과 브라만 좌파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프랑스의 지성이었지만, ‘내로남불’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구토』, 『존재와 무』 등의 역작으로 40대에 이미 실존주의 철학의 대부가 됐으나 말년이 곱지 못했다.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급진좌파였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자본주의의 물질적 향유로 가득했다. 절친이었던 레이몽 아롱이 그를 ‘살롱 좌파’라고 비난하며 절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살롱 좌파’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토마 피케티가 말한 ‘브라만 좌파’다. 자신의 물질적 욕망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식에게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물려주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자본과 이데올로기』). 리처드 리브스는 “명문대 입시로 만들어진 거대한 특권의 산꼭대기가 있다”며 “고학력 부모들이 계층 세습이라는 구조적 장벽을 쌓고 있다”고 비판했다(『꿈을 쌓아두는 사람들』).
비슷한 예로 한국에는 ‘강남 좌파’가 있다. 대명사는 조국(曺國)이다. 30대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고, 40대에 쓴 『진보집권플랜』으로 좌파 지식인의 대표 주자가 됐다. 청와대 민정 수석과 법무부 장관까지 지냈지만, 그가 행한 온갖 ‘내로남불’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달 2심에선 자녀의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조국혁신’을 외치며 ‘대학입시 기회 균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우 아이러니하다. 대학 시절 그의 친구였던 진중권의 말처럼 “과거에 연출했던 자신의 이미지와 실제 살아온 삶의 괴리를 인정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혁신이 필요한 것은 ‘조국(祖國)’이 아니라 조국(曺國) 자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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