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좋아 느긋한 파월 “금리 인하 안 서두른다”…이러다 연말까지 가나

오효정 2024. 3. 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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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면서 신중론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Fed가 6~7월쯤 첫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가 견조한 모습을 지속한다면 인하 시기가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경제가 예상 경로대로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인하 시점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향해 움직일지 보장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파월 의장이 특별히 새로운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단기간 내에 금리 인하가 시작되지 않는다 해도, 금리가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는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시장은 Fed가 6~7월쯤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3월 인하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인하 전망 시기는 갈수록 밀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1% 오르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를 웃돌면서다.


자꾸 밀리는 ‘미 금리인하’… 일부선 “한은, Fed보다 먼저 내릴 수도”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6일 “Fed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속화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6월이 돼서야 인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옥 기자

일각에선 연말까지 인하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고용 호조에 임금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가계 소비 여력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1월 구인건수는 886만3000건으로 전월(888만9000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는 1.45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평균(1.20)을 상회하는 등 여전히 탄탄한 고용시장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전문가는 Fed가 연말까지 금리 인하를 보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한국은행도 향후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참고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금리차(현재 2%포인트)를 더 벌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 Fed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이 임박한 시점에서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등 조건이 갖춰진다면, 한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가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는 상황이 되면 한은이 Fed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금리차와 환율이 기계적으로 자본 이동(유출)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과 우리 금리 정책이 기계적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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