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믿어유…‘코리안 몬스터’ 국내 리턴, 야구 흥행 기대감

류현진이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 자체 평가전에 홈팀 선발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11년에 걸친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이날 4172일 만에 대전구장 마운드에 올라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뉴시스]

대전에 벌써 ‘야구 바람’이 분다. 두말할 것도 없이 ‘류현진 효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자체 평가전이 열린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주변은 수많은 팬들로 북적였다. 이날 한화의 홈팀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끝내고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36), 원정팀 선발투수는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20)였다. 한화 팬들이 “100%의 원투펀치가 완성됐다”며 환호한 주인공들이다.

류현진과 문동주의 등 번호는 절묘하다. 류현진이 99번, 문동주는 1번을 달았다. 둘의 번호를 합하면 100이 된다. 또 류현진은 왼손, 문동주는 오른손 투수다. 류현진은 제구와 경기 운영이 능숙한 베테랑이고, 문동주는 압도적인 구속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영건이다.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면서 최강 원투펀치를 이룬다.

둘은 정규시즌엔 맞대결할 수 없다. 이날 평가전에 두 투수가 나란히 선발 등판하자 대전의 야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류현진이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 서는 날이라 더 그랬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8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고, 16대의 카메라가 이들의 투구 장면을 담았다.

평가전에는 관중이 입장할 수 없다. 한화는 구단 유튜브를 통해 평가전을 생중계하는 방법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문동주 맞대결을 꼭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이 빗발쳐 방송을 결정했다”고 했다.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평일 낮인데도 생중계 동시 시청자 수가 최대 7만997명에 달했다. 구단 자체 생중계 역대 최다 시청자 수 기록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의 첫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티켓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만원 관중이 1만2000명인데 벌써 1만장 넘게 표가 팔렸다. 웬만한 정규시즌 주말 경기보다 관중이 더 많다.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는 경기인데도 대전으로 돌아오는 그를 환영하기 위해 한화 팬들이 집결하는 모양새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 선수가 처음 시범경기에 등판하는 12일 KIA 타이거즈전엔 예년보다 훨씬 많은 분이 찾아오실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화의 ‘전설’ 류현진과 ‘미래’ 문동주는

류현진은 이날 마운드에서 3이닝 동안 총 46개(직구 23개·커브 10개·체인지업 9개·컷패스트볼 4개)의 공을 던졌다. 올해 KBO리그가 도입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적용한 결과 스트라이크는 30개, 볼은 16개였다.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최고 구속은 시속 143㎞까지 올라왔다. 지난 2일 라이브피칭 최고 구속(시속 139㎞)보다 시속 4㎞ 정도 빠르다.

류현진은 1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마쳤고, 2회에만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줬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익선상으로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2루타를 맞은 뒤 1사 후 하주석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편하게 던졌다. 원래 목표대로 투구 수를 소화했고, 경기 후 불펜에서 20개 정도 더 던졌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65개 정도로 투구 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 때보다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며 “그래도 구속이 많이 올라온 점은 고무적이다. 경기에 자주 나가고 정규시즌에 긴장감도 올라가면 시속 140㎞대 중반까지는 구속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문동주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3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고,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8㎞였다. 최 감독은 “구위도, 제구도 평소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문동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날씨가 추웠지만, (같이 던진) 류현진 선배님이 워낙 멋진 피칭을 하셔서 날씨 핑계를 댈 순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류현진 선배에게 궁금한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