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받게 해줄게 2억 줘”…장정석 전 KIA단장 재판행

선수 박동원에게 세 차례 금품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장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
후원사 억대 금품 수수 혐의도 드러나

후원사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50) 전 단장과 김종국(50) 전 감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단장은 포수 박동원(현 LG트윈스 소속)에게 “계약금 12억원을 받게 해줄 테니 2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7일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금품을 제공한 외식업체 대표 김모(65)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2022년 7∼10월 김씨로부터 광고계약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1억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두 사람이 10월 야구장 내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 등 추가 광고계약 관련 청탁을 받고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감독은 7월 유니폼 견장 광고 관련 편의 제공 등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별도로 수수한 혐의도 있다.

장 전 단장은 김씨 요구사항을 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계획안 보고를 지시하는 등 각종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감독은 김씨의 광고계약 희망의사 등 요구사항을 장 전 단장에게 전하고, 구단 광고 담당 직원에게도 김씨 업체 직원 연락처를 직접 전달하는 등 계약 체결에 도움을 줬다. 실제 김씨 업체는 유니폼 견장, 포수 보호장비, 스카이박스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KIA 열성 팬인 김씨가 선수들 격려금 명목으로 준 것을 받았을 뿐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함께 받은 1억원을 5000만원씩 나눠 가진 점, 금품수수 사실을 구단이나 선수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대부분을 주식투자, 자녀 용돈, 여행 비용 등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 수사는 장 전 단장의 금품요구에 자괴감을 느낀 박동원이 구단에 사실을 알리고, 구단 신고를 접수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체 조사를 거쳐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5∼8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박동원에게 최소 12억원의 FA 계약금을 받게 해줄 테니 대가로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한 혐의(배임수재 미수)도 받는다. 박동원이 거절해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장 전 단장 계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단서를 확보했고, 김 전 감독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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