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김밥 라면이 이끈 K푸드, 젊은 셰프들이 저변 넓힐 것”
김치, 비빔밥, 불고기가 한국 음식 대표선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구절판이나 신선로 같은 궁중음식을 한식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내세우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인이 열광하는 ‘K푸드’는 오랜 시간 한식과 나란히 언급되던 음식들과는 결이 다르다. 만두, 김밥, 라면, 떡볶이, 치킨처럼 오늘날 평범한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중음식이 세계인들에게도 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선봉에는 대중음식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등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해외 실적을 냈다. 외식기업들은 해외 매장 오픈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K푸드는 이렇게 식품·외식기업이 앞장서서 대중음식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민간영역이 세계 시장에서 달리고 있는 현재, K푸드의 확장성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한식의 우수성과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한식산업 진흥의 기반을 조성하는 공공기관 한식진흥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경숙 수원대 총장(식품영양학과 교수)을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식진흥원에서 만나 한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중음식 중심의 K푸드 확산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해 해외 주요 18개 도시에서 진행한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 가장 자주 먹은 한식으로 ‘한국식 치킨’이 1위를 차지했다, 한식에 대한 분류는 해외의 한식 소비자들이 이미 내린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 곳곳의 외국인들이 한식을 경험해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즐기는 것,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식 요리 방법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식산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K푸드 확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가공식품이 한식의 깊이나 품격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걱정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한식을 전통음식, 향토음식의 틀에 가둬둘 필요가 없다. 고전적인 한식에 갇혀있을 게 아니라 오히려 한식에 대한 광역화가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이들이 즐겨먹는 음식들, 오늘날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한식이다. 한국 스타일의 치킨도 한식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임 이사장이 생각하는 한식은 어떤 것인가.
“한식은 하나의 문화다. 미식의 틀 너머 문화로써 한식을 접근해야 한다. 한식의 특징은 ‘한상차림’과 ‘어울림’으로 설명된다. 코스로 제공되는 게 아니라 한 상에 여러 음식이 나오고, 둘러 앉아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먹는다. 한식을 문화로 해석하는 이유다. 골고루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식문화다.”
-한식이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려면 어떤 게 보완돼야 할까.
“젊은 한식 셰프들이 외연 확장과 깊이 추구를 해낼 것이라고 본다. 한식이 가진 고유한 브랜드 가치는 함께 나눠 먹는 데서 오는 따스함, 정성이 들어간 품격 등을 말할 수 있다. 이런 가치를 창의적인 셰프들이 구현해낼 수 있다. 한식진흥원이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 사업’을 하면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의 한식당 등을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하면서 보니 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셰프들의 감각과 철학이 대단하더라.”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식 셰프들의 어떤 활약상이 눈에 띄던가.
“뉴욕 우수 한식당 중 하나인 ‘아토믹스’는 메뉴판에 음식명을 한국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겨 표기한다. 우리 식재료 이름을 그대로 살린 덕에 고유의 맛뿐 아니라 문화까지 현지인에게 전달한다. 뉴욕의 ‘수길’은 갈비찜, 잡채 같은 한식에 프랑스 요리 테크닉을 더했다. 된장, 고추장을 사용해 프랑스 요리에 한국의 맛을 가미해 뉴욕타임스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전통과 현대적 요소의 조합은 한식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식진흥원은 K푸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한식진흥원은 한식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식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키우고 학술 연구와 실태 조사도 한다. 올해는 ‘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학술 연구를 통해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도 세웠다. 작년에는 한식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올해는 국제 미식 행사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을 유치해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한다. 모든 게 다 K푸드 외연 확대와 연결된 것이다.”
-유독 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한 이유는 왜인가.
“김치는 2014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한식의 근간에는 김치와 더불어 장 문화가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간장이나 된장을 두루 사용하지만 고추장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한국의 ‘매운 맛’의 비결에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다. 장을 소스로 활용한 한식이 세계인들에게 통하는 측면도 있다. 장류가 한국의 맛을 포장해주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식의 세계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통해 한국에 대해 따뜻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한식이 궁금해서 한국을 찾아왔으면 좋겠다. 한식이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굳건히 자리잡고, 산업화를 거쳐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모든 한국 사람들이 우리 음식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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