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멘탈이 내 원동력 다시금 우승 꿈 꾸겠다”
올해로 투어 10년 차를 맞는 이다연(27·메디힐)에겐 ‘작은 거인’, ‘오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닉네임만으로 그가 어떤 커리어를 밟아왔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다연은 작은 키에서 뿜어 나오는 호쾌한 장타로 김미현-장정에 이어 한국 여자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은 거인’ 계보를 잇고 있다. 2016년 드라이버 입스를 시작으로 2017년 왼쪽 발목 인대 파열, 2022년 팔목 인대 파열 등 잦은 악재에도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나길 반복, 통산 9승을 거두고 있다. 영락없는 오뚝이다.
그중에는 2019년 한국여자오픈, 2021년 한화 클래식, 그리고 작년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등 3개의 메이저대회 우승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메이저대회인 KB금융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중 하나만 더 우승을 보태면 KLPGA투어 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다연에게 올 시즌은 아주 중요하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스윙코치인 조민준 프로와 한 달여간 동계 전지훈련을 마친 뒤 지난 2월말 귀국했다.
이다연은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 달간 부족한 쇼트 게임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퍼터와 그린 주변, 그리고 100m 이내 공략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회 코스 세팅상 100m 안쪽 거리가 남는 홀이 몇 개씩 있기 마련인데, 그런 홀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훈련은 성과가 있었다. 실전 확인을 위해 이다연은 7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한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 출전 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1주일 앞두고 기권하기로 했다. 전지훈련 막바지에 나타난 허리 근육 통증이 심해진 게 원인이다.
이다연은 “아쉽지만 2~3주간 재활한 다음 4월 4일 제주도 테디밸리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을 통해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는 예상을 깨고 지난해 2승을 거뒀다. 2022년 여름에 팔목 인대 파열 부상으로 하반기부터 8개월여의 공백기를 가진 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성공이었다.
이다연은 그 원동력을 강한 멘탈에서 찾았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잘 됐던 부분은 멘탈관리였다. 내 상황을 잘 인지·인정하려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잘 안됐던 부분들을 보완해 줬고 나아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도록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꼽았다. 전자는 부상에서 복귀하고 난 뒤 첫 우승, 후자는 연장전에서 패티 타와타나낏(태국)과 이민지(27·이상 하나금융그룹)를 차례로 꺾고 거둔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다연의 올 시즌 목표는 뭘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금 우승을 꿈꿔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우승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승하는 꿈을 꾸는 게 목표란다. 이미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라 그의 말은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그는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많은 기대와 함께 목표를 잡으려 했다. 그때 문득 ‘나는 지금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금 목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올해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있었다. 이다연은 “KB금융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라며 “향후 K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목표가 될 것 같다”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두 대회 중 하나만 우승하면 이다연은 전인미답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올 시즌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올 시즌 KLPGA투어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오뚝이 작은 거인’ 이다연의 선전을 응원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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