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하락 1위…지금 투자? 세종시 작년 착공 ‘제로’였는데…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세종시에서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2생활권. 행정구역상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새롬동, 나성동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까지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위치했으며 여러 아파트 단지와 함께 곳곳에 초·중·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봐도 주거 환경이 매우 좋아 보이는 이곳이지만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지난해 집값이 잠깐 반등하는 듯 보였으나 다시 내리막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정동 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로 인기를 모으는 가온6단지중흥S-클래스센텀시티는 올해 1월 전용 84㎡가 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 7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6개월 새 1억원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다정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오면서 거래가 조금 늘어나며 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다시 매수세가 끊긴 상황”이라며 “다정동뿐 아니라 세종시 전역을 둘러봐도 전고점과 비교하면 30~40% 이상 떨어진 단지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잠깐이나마 회복 조짐을 보였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종시 집값은 2020년 급등 후 2021년 조정기를 거치더니 2022년 급락했다. 2022년부터 약 1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다 지난해 하반기 잠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올해도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2개월 동안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집값 하락률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일단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아도 당분간 예전 명성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로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세종시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지금을 저점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단지 전고점 대비 40% 하락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월 17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0.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은 분명하지만 유독 세종시 집값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의 경우 하락률은 0.01%, 같은 기간 충남 하락률은 0.09%다. 세종시와 큰 차이가 난다. 주간 단위가 아닌 올해 1~2월로 시야를 넓혀도 세종시 하락세는 단연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월 1주 76.4에서 2월 3주 75.3으로 감소했다. 누적 하락률은 약 1.4%. 특히 1월 5주(1월 29일 기준)에는 한 주 동안 무려 0.54% 하락하는 등 유독 하락폭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단지별로 살펴보면 반곡동 수루배마을1단지 전용 96㎡는 2021년 3월 13억5000만원에 최고가로 거래됐지만 올해 1월 같은 면적 매물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년 만에 무려 6억원 하락했다. 해당 단지는 총 1111가구로 2019년 8월 준공했다. 세종시 내에서도 비교적 신축 단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세종시 집값이 크게 오르기 직전인 2019년 12월 같은 면적 매물이 7억23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세는 약 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4생활권으로 분류되는 반곡동은 세종시 내 중심가와 다소 떨어진 지역이다. 상권이나 학군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2생활권 일대 아파트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에는 한때 12억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급락하며 지금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호가는 대략 9억원 전후로 형성됐다.
중앙행정업무시설이 밀집한 1생활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운동 가락마을20단지는 지난해 12월 전용 84㎡가 4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2달 전인 지난해 10월 거래 가격(4억8400만원)과 비교해 5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3년 전 전고점 가격(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하락했다.
같은 단지 전용 59㎡의 경우 2020년 12월 한때 5억2800만원에 거래됐지만 3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3억원에 손바뀜했다. 전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새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종시 내 일부 단지는 아직도 전용 84㎡ 호가가 10억원이 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곳도 대부분 거래는 7억~8억원대에 이뤄지고 있다”며 “시세 대비 저렴한 급매물 중심 거래만 있을 뿐, 다른 매수 문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공급량 전무, 다시 반등 가능성도?
세종 아파트 매매 가격이 다시 하락한 이유는 분명하다. 신규 입주 물량이 계속 이어진 반면 수요는 공급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시기가 되면 상당수 물량이 전세 시장으로 나온다. 세종시의 경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지금까지 전세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항상 부동산 약세장이 되면 전세 가격이 받쳐주지 않아 매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반복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올해 전세 가격은 1월 1주부터 2월 3주까지 1% 넘게 하락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신규 입주 물량이 쏠린 곳을 중심으로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전반적인 주택 시장 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앞으로다.
올해 하반기 역시 세종시에는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다만 세종시 중심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5생활권과 6생활권에 물량이 집중됐다. 정부중앙청사가 자리 잡고 있는 1~2생활권, 금강만 건너면 중앙청사까지 바로 접근 가능한 3~4생활권과 달리 5~6생활권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해도 중앙청사까지 10~15분 이상 걸리는 데다 지금 당장은 도시로서 기능을 거의 갖추지 못한 상태다. 만약 5~6생활권 아파트 분양 가격이 신축이라는 이유로 다른 단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된다면 기존 1~4생활권 아파트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문에 5~6생활권 분양 가격이 기존 아파트 가격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늘 이런 식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는 점도 변수다. 세종시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616가구로 평소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내년이 되면 입주 물량은 1027가구로 더욱 줄어든다. 2011년 세종시에 첫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게다가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 착공 실적은 0가구다. 공급 부족이 향후 세종시 집값 전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이미 많이 하락했지만 금리 인하 등 변수가 없으면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호도 낮은 생활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분양 가격에 따라 기존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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