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PBR주 뭐가 있을까…금융·에너지·통신, 역시 싸네요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3.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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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저PBR(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 찾기 열풍이 불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 의지를 밝힌 이후다.

막상 뚜껑을 열자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약한 정책에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크게 올랐던 ‘저PBR’ 기업 주가도 한풀 꺾였다. 그렇다고 저PBR주 열풍이 끝났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오는 5월 2차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세미나, 6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발표, 9월 밸류업 지수 개발 등의 이벤트가 예고됐다. 이쯤 눈을 돌려 미국 ‘저PBR’주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미국은 엔비디아·MS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역대급 상승장을 즐기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거품론’이 슬슬 나오는 기술주 대신, 안정성과 방점을 둔 가치주로 초점을 옮기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보다 저PBR주 드물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때문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저PBR주가 많지 않다. 대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 S&P500 기업 내 PBR 1 미만 기업 수는 12개로 전체 3.3%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PBR 2배 미만 기업으로 폭을 넓히면 32개 종목으로 전체의 8.7% 수준이다.

PBR 1 미만 기업은 금융주가 가장 많다. 미국이 금융 선진국이라지만 자산 대비 주가가 인정받지 못하는 점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다. 전체 71개 금융주 가운데 15.5%, 11개가 PBR 1배 미만이다. PBR 2배 미만으로 기업을 넓히면 에너지·유틸리티 비중이 43%로 가장 높다. 이어 금융(39.4%), 소재(32.1%) 순이다. 반면 플랫폼 기반 IT 기업은 1.6%로 낮은 편이다. IT 기업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미국에는 한국이나 일본 같은 인위적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없다. 결론적으로 ‘저PBR’이라는 테마보다는 실적과 배당에 따라 미국 저PBR주 투자에 나서야 한다.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 미국 대형 금융사인 씨티그룹(Citigroup)이다. 씨티그룹 시가총액은 1058억달러(약 141조원, 2월 27일 기준)로, 미국 내 시총 순위 80위권대의 대형주다.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각종 M&A를 거치며 순위가 내려앉았다. 씨티그룹 PBR은 고작 0.5배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Book-value Per Share)로 나눈 비율이다. PBR이 1이라면 해당 기업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이 같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 자산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거칠게 표현하면, 씨티그룹을 청산시켜 현금화했을 때 보유 주식의 2배에 해당하는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씨티그룹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은 괜찮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2%가 넘는다. 여기에 배당도 쏠쏠하다. 배당수익률은 5.07%로 1주당 0.53달러를 분기마다 지급한다.

또 다른 저PBR 금융주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다. BOA는 시가총액이 2698억달러로 금융주의 왕좌다. 미국 내 소매 지점 네트워크는 1위고 총자산은 JP모건체이스에 이어 2위다. 최근 1년 평균 PBR은 0.9배로 씨티그룹보다 높지만 여전히 1 미만이다.

두 회사를 제외하고 PBR 1배 미만 금융사는 인베스코, 트루이스트파이낸셜, M&T은행, 캐피털원파이낸셜 등이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대형 금융사 골드만삭스(1.1배)나 모건스탠리(1.5배)는 1배가 좀 넘지만 그래도 낮은 편이다. 워런 버핏이 세운 버크셔해서웨이는 1.5배 수준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센터장은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쓰고, 성장률이 대체로 낮다는 점에서 금융주 PBR이 낮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주는 배당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가는 실적이 좋든 나쁘든 등락폭이 크지 않아서다. 지난 4분기 미국 은행주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씨티그룹은 대형사 가운데선 가장 좋지 않은 18억달러 분기 손실을 보고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1%가량 상승했다. 씨티그룹이 10%가량 인원 감축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심을 샀다. 1위 금융그룹 JP모건체이스도 4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는데 주가는 의외로 0.73% 하락에 그쳤다.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 초점

엑손모빌 40년간 배당 올려

미국 에너지 기업 역시 대표적인 저PBR주다. 은행주처럼 배당이 매력 포인트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는 동안 유가 변동이 심해지며 주가 등락폭은 커졌다.

시가총액 4146억달러로 미국 에너지 기업 1위인 엑손모빌은 PBR이 1.8배 수준이다. 배당률이 3.8%로 탄탄하다. 현 주가가 1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당 3.8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엑손모빌은 특히 지난 40년간 배당을 연속해 올린 ‘배당 귀족’으로 꼽힌다. 블랙먼데이(1987년), 닷컴버블(2000년), 9·11 테러(2001년), 금융위기(2008년), 코로나19(2020년) 등 숱하게 많은 위기 국면을 감안하면 40년 연속 배당 인상은 미국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가는 최근 움직임이 커졌다. 1990년대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주가는 2008년 90달러까지 뛰었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후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뒤 등락을 반복했고 2014년 처음 100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 국면에서는 에너지 수요 감소로 주가가 30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리오프닝’과 함께 2023년 120달러 신고가를 찍기도 했다. 최근에는 10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엑손모빌이나 셰브론(PBR 1배)은 연초 이후 주가 수익률이 3%대 수준이다. 다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익률은 8~9%대로 높다. 에너지 기업 가운데는 EQT(1배), 마라톤오일(1.1배) 등이 저PBR주다.

국내 대표적인 ‘저PBR’주가 통신이다. 미국에서도 AT&T가 PBR 1배로 낮다. AT&T는 최근 3개월간 7% 올라 16달러 수준을 보인다.

리차드 초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무선·광대역 사업 성과가 좋다”며 목표주가를 21달러로 올렸다. AT&T 투자 키워드는 ‘배당’이다. AT&T 배당수익률은 6.35%에 달한다. 어지간한 금융 이자보다 높다. AT&T 주가 기대감은 높지 않다. AT&T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16명 가운데 7명만 매수를 외쳤다. 9명은 ‘보유’ 의견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가도 장기적으로는 하락 흐름세다.

자동차 기업 중 제너럴모터스(GM)가 0.72배로 PBR이 낮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기업은 대체로 PBR이 낮다. 보유 공장의 감가상각이 이어져 자산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다만 최근 3개월간 주가는 40%나 뛰었다. 현금흐름이 탄탄하고 전기차 비중이 높아졌는데 지나치게 주가가 낮다는 평가를 받은 이후다. ‘죽어가는 공룡’이라는 평가를 받던 GM의 미래는 ‘전기차’에서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외로 PBR이 낮은 산업이 제약·헬스케어다. 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의 PBR은 1.8배 수준이다. PBR이 낮지만 주가도 별 볼 일 없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하락세를 보이더니 최근 1년간 35%가 빠졌다.

미국 내 대중적인 의약품 소매처로 알려진 CVS헬스도 PBR이 1.2배에 불과하다. CVS헬스는 지난 4분기 순이익이 2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비경상 항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은 2.12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1.98달러)를 웃돌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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