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죽어도 천국에 갈 것을 확신하는가’…더는 묻지 말자

양민경 2024. 3.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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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과 함께하는 구약 여행/박영선 지음/IVP
기독교란 무엇인가/박영선 지음/무근검
최근 '박영선과 함께하는 구약 여행'(IVP)과 '기독교란 무엇인가'(무근검) 펴낸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 국민일보DB

‘일사각오’(一死覺悟).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은 한국 기독교인이 추구한 ‘순교 신앙’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1970년대 한국교회와 사회를 휩쓴 ‘부흥 신앙’을 집약하는 표현은 ‘구원의 감격’과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이다. 이 신앙으로 한국교회는 2000년대까지 크게 부흥했다.

이후 교회는 성장을 맛봤지만 적잖은 신자는 극적 회심 후 찾아온 현실에 쓴맛을 느꼈다. 구원과는 달리 삶에서 이뤄지는 ‘성화’ 과정이 지난한 데 당황했다.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는 이를 두고 한국교회가 “부흥 그다음 단계로 신자의 성장을 강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간 한국교회에서 ‘전도와 교회 봉사로 하나님 은혜에 보답하자’는 구호는 높았지만 삶에서 신앙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은 희소했다. 복음으로 “어지러운 현실을 예의 분별하며 세상의 각종 도전에 감당하는 실력”을 쌓도록 목회자가 신자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출간된 ‘박영선과 함께하는 구약 여행’(IVP)과 기독교란 무엇인가(무근검)는 순교와 부흥에 이어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신앙을 제시하는 책이다. “분별의 안목을 키우고 책임 있는 신자로 온전히 성장”하도록 전자가 구약성경 전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후자는 하나님과 성육신, 십자가와 인간 등 기독교 신앙의 정수를 다룬다.

‘박영선과 함께하는…’엔 교회와 신학교에서 펼쳐온 그의 40여년 ‘설교 사역’ 핵심인 ‘독창적 성경 해석’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대표작 ‘하나님의 열심’처럼 이번 책에도 인간의 계획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구원 의지를 강조한 부분이 두드러진다. 하나님께 대항한 인간의 파멸을 적극적으로 막은 노아 홍수 이야기와 바벨탑 사건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바벨탑 이야기에 “죄에 빠진 인류의 파멸을 적극적으로 막은 하나님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본다. 사진은 바벨탑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를 속여 형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이 얍복나루에서 천사와 겨루다 ‘이스라엘’이란 새 이름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자격 없는 인간에게 천상의 존재가 찾아와 험악한 삶을 살아온 야곱의 인생을 전부 바꿔버린다. ‘열국의 아비’ 아브라함도 마찬가지다. 그분의 열심 덕에 인류는 죄를 짊어지고 죽음에서 부활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접점으로 창조주와 ‘대등한 관계’를 맺는다.

특기할 만한 건 ‘믿음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구약 인물 모두 평탄한 삶과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약속을 품고 믿음을 지키고자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삶. 저자는 이 자체가 곧 신앙의 성장을 가져온다고 힘줘 말한다. 아픔도 실패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겐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롬 8:28)기 때문이다. “실패조차 유익한 결과를 낳게 하는 하나님은 창조와 부활의 하나님입니다.… 기독교 복음은 이렇듯 적극적입니다.… 예수 믿고 달라진 것이 주일성수, 십일조, 신우회, QT 하는 것밖에 없으면 안 됩니다.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독교란 무엇인가’에서 저자는 신자가 무심코 지나치는 기독교 신앙의 참뜻을 밝히는 데 집중한다. 그는 이제 한국교회가 “오늘 죽어도 천국에 갈 것을 확신하는가” 대신 “하나님은 어떤 식으로 일하시며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구원받고 천국에 가는 건 신자의 진심이 아닌 하나님의 의지에 달렸다. ‘구원의 확신’을 개인에게 찾는 건 무의미한 이유다. 신자가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얼마나 따라가며 사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성숙할 것인지’가 믿음의 척도가 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당부다.

구원의 확신보다 더 중요한 건 “어제보다 나은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라며 “한국교회 구원론에는 구원이 신자를 어디로 이끄는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저자의 조언이 뼈아프다. “전도 봉사 등 임무에 몰두하는 행태를 벗어나 존재론적 관점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숙고하는 ‘멋진 신자’를 키우자”는 노학자의 고견에 한국교회가 새길 지점이 적잖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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