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부침 함께한 한반도본부, 18년만 뒤안길로…"한반도 업무 성격 진화"
한국의 북핵 외교를 총괄해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18년 만에 사라진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이같은 조직 개편 내용을 담은 올해 주요 정책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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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업무 진화 감안"
이번 조직 개편안의 핵심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폐지 및 외교전략정보본부로의 확대 개편이다. 조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외교전략정보본부는 기존 한반도 업무뿐만 아니라 외교 전략, 외교 정보, 국제 안보, 사이버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며 "우리 외교 정책이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맞춰 전략적이고 기민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이번 조직 개편은 한반도 업무가 더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핵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안보, 금융제재 등 여러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성격의 문제로 진화했다는 현실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2006년 북핵 6자회담 대응을 위해 한시적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2011년 상설 기구로 전환됐다. 이후 본부장이 북핵 외교 관련 한국 측 협상 수석 대표를 맡으며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부침과 명운을 함께 했다. 일례로 남·북·미 간 정상 회담이 가동되던 2018년에는 이도훈 당시 본부장(현 주러대사)이 카운터파트인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수시로 소통하며 싱가포르와 하노이 등 북·미 정상회담 현지에서 북핵 실무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북 대화가 단절되면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업무 범위도 확연히 축소됐다. 이와 함께 모든 외교 사안의 중심을 북한 문제에 두는 이른바 '한반도 천동설'을 극복해야 한다는 자성도 외교부 내에서 제기됐다. 대북 협상이라는 주요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도 외교부 내 우수한 인재들이 북핵 라인으로 쏠리는 현상 또한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통폐합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본부 조직도에 명시된 '북핵 협상', '평화 체제' 관련 기능은 사실상 멈춰 있고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 탈북민 관련 기능만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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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외교' 축소 신호 해석도
신설되는 외교전략정보본부는 산하에 4개국을 두는데 기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역할을 대체하는 '한반도 정책' 관련국을 비롯해 '외교 전략', '외교 정보', '국제 안보 및 사이버' 관련국으로 구성된다. 특히 국장급 외교정보기획관실이 신설돼 지난해 상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출범한 이른바 '외교정보단'이 정식 조직으로 발족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을 참고해서 전 세계에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외교 전략 수립에 활용하겠다"며 "정책 결정자뿐 아니라 경제·산업계,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줄곧 대북 원칙론을 견지하고, 북한이 올해 들어 한국을 동족이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재정의한 가운데 한반도본부가 사라지는 건 단순한 외교부 내 조직 개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외교와 대북 관여의 비중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어서다. 마지막으로 본부를 이끌었던 김건 전 본부장은 이미 지난달 29일 총선 영입 인재로 국민의 힘에 입당하며 정치권행을 택했다.
기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서 '평화'와 '교섭'이 빠지는 것과 관련한 상징적 의미도 작지 않다. 언제든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재개될 수 있는 만큼 유연한 조직 운영을 통해 협상과 관련한 준비도 항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자체는 줄어든 게 아니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늘렸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북핵 문제의 속성을 다 감안한 적시성을 가진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본부장이 맡았던 북핵 외교 관련 한국 측 수석대표는 일단 신설되는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맡을 예정이지만, 상대국 카운터파트에 따라 대표의 급도 조정될 수 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한때 국무부 부장관급까지 올랐던 미국 측 북핵수석대표는 최근 '대북고위관리'라는 명칭으로 국장급으로 낮춰졌고, 일본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꾸준히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기존 유럽국이 담당하던 중앙아시아 업무를 중국을 전담하는 동북아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한때 외교부는 동북아국을 대(對)일본 업무를 하는 아시아태평양국과 통합하는 문제도 검토했지만 존속시키기로 했다. 외교부는 또 양자경제외교국에 경제안보 외교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과장급 조직도 신설할 예정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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