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미래 달린 HBM이 뭐길래...빅3 사활 걸고 총력전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의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으로의 이직을 가처분 신청까지 내 가로막으면서 미래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직원의 전직에 제동을 건 데는 해당 연구원이 설계를 총괄했던 HBM이 최근 반도체 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이기 때문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은 뒤 묶어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HBM이 탑재되는 AI 칩 분야 전 세계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 엔비디아와 손잡고 HBM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할 AI 칩 H200·B100 1개엔 5세대 HBM3E이 각각 6개·8개씩 붙어 연산을 돕는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지난 30년간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의 위상을 흔들었을 만큼 업계에서는 중요한 반도체로 꼽힌다. 제조 공정 난이도가 높아 가격이 일반 D램 대비 몇 배 이상 비싸 높은 수익성으로 영업이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HBM을 대량 생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 등 전 세계에 단 3곳에 불과하다.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지만 생산 능력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삼성전자 38%·마이크론 9% 수준이다.
특히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한다고 지난달 밝히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HBM 시장에서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8단 수준에 머물러 있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 제품보다 더 많은 D램을 쌓은 뒤 12단부터 곧바로 양산에 돌입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HBM은 단수가 높아질수록 고용량 제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삼성은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내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반면 점유율이 미미하던 3등 마이크론은 현재 시장 주류인 4세대 HBM 개발을 포기하고 곧바로 가장 먼저 5세대 생산에 뛰어들며 판 흔들기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기존 구형 HBM 생산까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HBM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올인’한 셈이다. 이에 마이크론은 최근 SK하이닉스·삼성전자 출신 기술 인력을 거액을 주고 적극적으로 스카웃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관련 첨단기술이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우리 기업의 경쟁력 훼손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2022년 19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까지 늘어났고, 2027년엔 330억 달러(약 44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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