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대1' 류현진과 영광의 맞대결 마친 문동주, "자리에 비해 제가 부족했어요"
윤승재 2024. 3. 7. 18:04
“영광스러운 자리에 비해 제가 많이 부족했네요.”
‘제2의 류현진’ 문동주(21·한화 이글스)가 류현진(37)과 맞대결 소감을 전했다.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의 청백전은 류현진의 대전 복귀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12년(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류현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무관중 경기임에도 유튜브 생중계에 접속자가 7만 여 명이나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류현진의 등판만큼 관심을 모았던 건 이날의 매치업이었다. 홈팀 선발로 류현진이 나서는 가운데, 원정팀 선발로 문동주가 예고되면서 관심은 더 커졌다. 에이스 류현진과 그의 후계자라 불리는 영건 에이스의 맞대결은 청백전 연습경기지만 큰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문동주의 판정승이었다. 문동주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류현진은 3이닝 동안 1실점했다. 결과만 봤을 땐 문동주가 더 좋았다.
하지만 내용은 아니었다. 류현진이 피안타 1개에 볼넷 1개만 내준 반면, 문동주는 2루타 2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문동주의 구속도 최고 148㎞/h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60㎞/h가 넘는 공을 던진 모습에 비한다면 구속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
경기 후 최원호 한화 감독도 문동주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최 감독은 “오늘 (문)동주는 조금 별로였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라면서 “구속도 잘 안 나왔는데 점검을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동주도 아쉬워했다. 그는 “(류)현진 선배와 맞대결하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자리에 비해 내가 많이 부족했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투구 내용이 안 좋았는데, 현진 선배는 잘 던지셔서 핑계밖에 안 될 것 같다. 이런 경기는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한 건데, 과정이 안 좋았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문동주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시즌 전에 안 좋은 모습이 나와 다행이다. 시즌 개막 후에 이런 경기를 했으면 스트레스를 받았을텐데, 시즌 들어가기 전에 경각심을 갖게 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날 문동주는 경기 전 류현진과 나란히 선발 준비를 하고 불펜 피칭을 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그는 “현진 선배와 같이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봤는데, 몸 관리나 루틴이 철저하시더라. MLB라는 큰 무대에서 엄청난 성적을 내신 분 아닌가. 더 친해져서 많은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호흡을 기대했다.
이에 류현진도 덕담으로 응수했다. 류현진은 “(문)동주는 작년에 좋은 공을 많이 던졌고, 재능이 많은 선수라 내가 딱히 할 말은 없다. 몸 관리만 잘하면 알아서 잘할 선수다”라면서 후배를 응원했다.
대전=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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