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는 원칙 아닌 예외…“주 48시간 상한선 도입해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주 52시간제’ 합헌 결정으로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주 69시간제’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법적 노동시간을 부정하고 연장근로 제도 입법 취지에서 어긋난다”며 ‘주 48시간 상한제’와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등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용혜인 의원과 새진보연합 노동본부가 주최한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와 그 이후 과제’ 2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임금체불 노동시간 등 개별적 노동정책 관련 평가 및 이후 과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해 온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두고 토론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 69시간제’가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연장근로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라 평가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1항과 53조 1항에 따르면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40시간의 근로시간에서 추가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주에 40시간 일하는 것이 원칙이고, 최대 12시간에 한해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건 예외란 얘기다.
발제를 맡은 박성우 노무사(민주노총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장)는 “대한민국은 주 52시간 노동제 국가가 아니라 주 40시간 노동제 국가”라고 강조했다. 박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는 업무폭증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때 쓰라는 의미”라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 12시간의 연장근로에서도 다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고, 신규인력 채용을 통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 69시간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주 69시간 개편 방안'에서 정부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을 예로 들며 근로시간 총량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노무사는 “정부는 실노동시간이 한국보다 현저히 짧거나 총량 규제 도입 취지가 다른 국가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며 “유럽 국가들은 실근로시간이 짧아 근로시간 유연성 차원에서 총량관리제를 도입한 것이기에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과 단순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을 기준으로 해당 국가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독일 1349시간, 프랑스 1490시간, 영국 1497시간, 일본 1607시간으로 한국(1915시간)보다 짧다.
현대국가에서 노동시간 제도를 설계할 때 ‘일과 생활의 균형’을 핵심 가치로 삼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한민국은 멕시코, 콜롬비아 등 일부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OECD 가입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다. 이에 박 노무사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 생활 균형을 위해 ‘주 48시간 상한제 도입’, ‘1일 연장근로 상한(4시간) 설정’ 등의 근로시간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취지의 내용을 반영한다면 현행 1주 12시간 연장근로는 8시간으로, 1일 4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게 된다.
‘주 48시간 상한제’에서 더 나아가 ‘주 40시간제, 주5일제’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오표 노무사(성북구 노동권익센터 센터장)는 “주 48시간 상한제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은, 1주에 6일을 출근해도 40시간만 지켜서 일하면 된다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법은 주 5일제라고 하지만 법적으로 주 5일제는 없다”라며 “1주 법정근로시간을 1주(5일 이내) 40시간제로 규정해 주 5일제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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