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처럼 널뛰는 애호박값”…과일 이어 채소값도 급등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35)씨는 최근 두 달째 애호박을 ‘끊었다’. 평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장바구니에 담던 필수 식재료였는데, 애호박 값이 무섭게 치솟은 탓이다. 김씨는 “지난해 1000원대에 샀던 걸 생각하면 2000원대 초반이 심리적 마지노선인데, 마트에서 3000~4000원에 파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찌개에 애호박을 못 넣고 애호박나물도 안 해먹은 지 꽤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애호박은 안 먹고 버틸 수 있지만, 파·배추 등 기본 채소류도 가격이 뛰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1인 가구 이모(32)씨는 “찌개를 먹고 싶을 땐 차라리 고추·양파·애호박 모두 들어 있는 1000원대 ‘찌개용 채소 모음’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특히 채소는 과일과 달리 대체할 상품이 적어 소비자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토마토(56.3%)와 파(50.1%) 등의 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시금치(33.9%), 가지(27.7%), 배추(21.0%) 물가도 1년 전보다 크게 뛰었다.
애호박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가격 변동이 심해 ‘애호박 코인’(애호박+비트코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애호박 1개 가격은 2712원으로 일주일 전(2587원)보다 4.8% 올랐다. 평년(2100원)과 비교하면 29.1%나 비싸다. 지난달 월평균 가격은 2848원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채소 가격 고공행진은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작황이 나빠진 영향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가격이 치솟은 것. 애호박의 경우 겨울철 주요 산지인 경남 진주의 날씨가 계속 흐려 물량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12월 한파의 영향이 여전해 이달 말까지는 고가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파도 전남 지역 폭설로 공급이 줄었다.
우리나라 채소·과일은 세계적으로도 비싼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조사기관 넘베오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감자 1㎏의 평균 가격은 3.92달러로 전 세계 1위였다. 사과(6.81달러/㎏)와 바나나(3.45달러/㎏)도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양파 값(2.96달러/㎏)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대형마트들은 할인 행사를 늘리며 소비자를 끌어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매달 최저가 채소를 정해 할인 행사 중이다. 1월 대파와 2월 양파에 이어 이번 달엔 시금치를 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이날부터 애호박을 20% 할인한 개당 2960원에 판다. 다만 가격 급등이 심하고 채소 특성상 오래 보관이 어려워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세 살 아들을 키우는 한 주부는 “할인하는 상품을 열심히 찾긴 하지만 채소는 한꺼번에 사서 쟁여놓을 수가 없어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사야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과일의 경우 수입 과일이 대체상품으로 떠오른다. 홈플러스는 최근 바나나와 오렌지의 물량을 전년 대비 각각 100%, 50% 늘렸다. 롯데마트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30%가량 증가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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