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취소에 5년 내 적혈구 보유 가장 안정…혈소판은 폐기 우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헌혈로 확보된 혈액 보유량도 영향을 받고 있다. 통상 겨울철엔 헌혈 인원이 줄어 혈액 수급이 불안정하지만, 각종 수술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적혈구 보유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안정세를 보였다. 보관 기간이 짧은 혈소판은 폐기될 위기에 처해 헌혈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7일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은 3만 4183유닛을 기록했다. 겨울철에 들어선 이후 지난달 19일까지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은 2만 4083유닛까지 떨어졌지만, '빅5' 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한 지난달 20일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통상적으로 1~3월 혈액 보유량은 2만~3만유닛 사이다. 추운 날씨와 연말연시의 각종 행사, 방학 같은 계절적 요인으로 헌혈하는 인원이 줄어 다른 분기에 비해 수급이 불안정하다. 과거 이 기간에 적정 혈액 보유량(5일분 이상)을 확보했던 일수는 2019년 9일, 2020년 17일, 2021년 4일, 2022년 10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의 기간만으로도 적정혈액보유량 이상을 확보한 일수가 10일에 달했다. 지난 2일 기준 혈액보유량이 3만 유닛 선을 넘어서며, 평균 6일 이상 공급할 혈액 재고가 확보됐다. 특히 최근 5년 중 10일 연속 적정혈액보유량을 기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안정적인 이유는 수술 지연·취소로 병원의 혈액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빅5 병원은 지난달 20일부터 평상시 대비 수술 일정을 50% 가량 감축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대한적십자 혈액공급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병원에 혈액을 공급한 건수는 11만 5904건으로, 지난해 동기간 건수인 12만 3445건보다 적었다. 올해 윤일(지난달 29일)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일 평균 혈액공급 건수는 지난해 1만 3716건에서 1만 1590건으로 15% 감소한 셈이다. 대한적십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대형병원에 갈 혈액량이 줄고, 헌혈은 다소 회복되면서 안정적인 혈액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관기간이 최장 5일인 혈소판은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혈소판은 혈액 검사기간(2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3일동안 보관할 수 있는데, 혈소판 헌혈자는 늘었지만 대형병원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한마음혈액원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혈소판 헌혈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이후엔 사전 예약자만 혈소판 채혈을 진행해 폐기를 방지하고 있다. 한마음 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을 임시 중단한 뒤 혈소판 수급이 안정화됐다”며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한다면, 혈소판 헌혈에 또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헌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한적십자는 “혈소판 재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 장기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찬규·박종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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