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이종섭 출금, 수사기밀이라 몰랐다"…외교 결례 논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출국이 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이미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수사 기밀이라 출국 금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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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발급 제한 사유 아냐"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이 내정자는)여권법상 외교관 여권 발급에 대한 행정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법은 장기 2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된 사람,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 중지 또는 수사 중지된 사람 등에 대해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내정자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외교관 여권 발급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내정자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집중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도록 지시한 의혹 등으로 지난해 9월 고발됐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 내정자를 피의자 입건하고, 지난 1월 출국 금지했다. 직권남용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출국 금지까지 내려진 이 내정자의 인사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 대사를 비롯한 고위공무원단 인사 검증은 법무부가 담당하기 때문에 외교부 소관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이 내정자의 부임 시기와 관련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관장에 임용될 사람의 경우 '외무공무원법' 제25조에 따라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 외교부는 "이 대사 또한 자격심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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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항의한 적 없다"지만…
호주 정부는 이미 이 내정자에 대해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사 상황이나 대사 부임을 위한 절차 자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출국 금지 사실은 몰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사검증 관련 부처가 출국 금지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더해 이 내정자를 둘러싼 이런 국내적 논란 자체도 결과적으로는 상대국인 호주에 대한 외교적 결례의 소지가 있다.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된 뒤 대사 인사를 진행했어도 되는데, 사실상 이를 무시한 채 공식 발표까지 이뤄지면서 불필요한 잡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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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종섭과 협력 고대"
한편 주한 호주 대사관은 이날 "호주는 호·한 관계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며 이종섭 주호 한국대사와의 협력을 고대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관리에 방점을 찍는 입장을 냈다. 출국 금지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국방·방산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호주와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이 내정자를 국방부 장관 퇴임 5개월 만에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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