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불어오는 '류현진 바람'…시범경기도 1만 관중 예고
대전에 벌써 '야구 바람'이 분다. 두말할 것도 없이 '류현진 효과'다.
아직 시범경기가 개막도 하지 않은 7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자체 평가전이 열리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주변이 수많은 팬으로 북적였다. 이날 한화의 홈팀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끝내고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36), 원정팀 선발투수는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20)였다. 한화 팬들이 "100%의 원투펀치가 완성됐다"며 환호한 주인공들이다.
류현진과 문동주의 등 번호는 절묘하다. 류현진이 99번, 문동주는 1번을 달고 있다. 둘의 번호를 합하면 100이 된다. 또 류현진은 왼손, 문동주는 오른손 투수다. 류현진은 제구와 경기 운영이 능숙한 베테랑이고, 문동주는 압도적인 구속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영건이다.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면서 최강 원투펀치를 이룬다.
한화에 함께 몸담은 둘은 정규시즌에 맞대결할 수 없다. 유일한 기회인 평가전에 두 투수가 나란히 선발 등판하자 대전의 야구 열기가 달아올랐다.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류현진이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에 서는 날이라 더 그랬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8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고, 16대의 카메라가 백스톱 뒤에서 이들의 투구 장면을 담았다.
평가전에는 관중이 입장할 수 없다. 한화는 그 아쉬움을 구단 유튜브 생중계로 풀었다. 한화 관계자는 "중계를 고민하던 참에 '류현진-문동주 맞대결을 꼭 보고 싶다'는 팬들의 요청이 빗발쳐 방송을 결정했다"고 했다.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평일 낮인데도 생중계 동시 시청자 수가 최대 7만997명에 달했다. 구단 자체 생중계 역대 최다 시청자 수 기록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화의 첫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티켓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만원 관중이 1만2000명인데 벌써 1만장 넘게 예매가 끝났다. 웬만한 정규시즌 주말 경기보다 관중이 더 많다.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는 경기인데도, 대전으로 돌아오는 그를 환영하기 위해 한화 팬들이 집결하는 모양새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 선수가 처음 시범경기에 등판하는 12일 KIA 타이거즈전은 평일이라 관중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그날도 아마 예년보다 훨씬 많은 분이 찾아오실 것 같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이날 마운드에서 3이닝 동안 총 46개(직구 23개·커브 10개·체인지업 9개·컷패스트볼 4개)의 공을 던졌다. 올해 KBO리그가 도입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적용한 결과 스트라이크는 30개, 볼은 16개였다.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최고 구속은 시속 143㎞까지 올라왔다. 지난 2일 라이브피칭 최고 구속(시속 139㎞)보다 시속 4㎞ 빠르다.
류현진은 1회와 3회를 삼자범퇴로 마쳤고, 2회에만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줬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익선상으로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2루타를 맞은 뒤 1사 후 하주석을 볼넷으로 걸어 내보냈다. 3회 정은원 타석에서는 이날 시범 운영한 피치 클록을 위반해 볼카운트 하나를 손해 보기도 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편하게 던졌다. 원래 목표대로 투구 수를 소화했고, 경기 후 불펜에서 20개 정도 더 던졌다"며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65개 정도로 투구 수를 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둘러싼 관심에 관해선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아직 내가 경쟁력이 있을 때 팀에 돌아온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스스로 만족한다"며 "정규시즌 개막을 해보면 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불펜 피칭이나 라이브 피칭 때보다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며 "그래도 구속이 많이 올라온 점은 고무적이다. 경기를 더 나가고 정규시즌에 긴장감도 더 올라가면 시속 140㎞대 중반까지는 충분히 나올 것 같다"고 낙관했다.
다만 문동주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3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8㎞였다. 최 감독은 "구위도, 제구도 평소 모습은 아니었다.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문동주는 "내 피칭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날이 춥긴 했지만, (같이 던진) 류현진 선배님이 워낙 멋진 피칭을 하셔서 날씨 핑계를 댈 순 없을 것 같다"며 "시즌 전에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 앞으로 류현진 선배님께 궁금한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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