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꼴찌 못 벗어나네"…韓 일하는 여성 환경 평가 '최하위'
英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지수' 발표
남녀 급여 격차 등 '꼴찌'
여성이 일하기 힘든 나라, 한국.
직장인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12년 연속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기업 내에서 양성평등 수준은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의 전제 조건이 되는 육아휴직 등 제도는 잘 갖춰져 있으나 실질적인 사용은 어렵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한국의 지상 최대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개 회원국의 성평등 현황을 분석한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이 29위로 꼴찌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2013년 시작한 이코노미스트의 평가에서 올해까지 12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일본, 터키의 여성들은 직장에서 가장 큰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수는 여성의 노동참여율, 남녀 고등교육 차이, 급여 격차, 유급 육아휴직 사용 비율, 정치적 대표성 등 10개 항목을 바탕으로 매해 산출되는 지표다. 여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남녀 소득격차 부분에서 꾸준히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남녀 급여격차가 2016년 36.7%포인트 수준에서 지난해 31.2%포인트로 그 폭은 줄었으나 OECD 평균(11.9%포인트)은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은 각각 28위였다. 관리직 여성 비율의 경우 한국이 16.3%에 불과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도 OECD 평균이 32.5%, 한국이 16.3%로 반토막이었다. 여성 노동 참여율, 남녀 고등교육 격차, 의회 여성 의석 비율이 모두 27위를 기록하는 등 대다수 부문에서 저평가받았다. (관련기사 : 100대 기업 양성평등, 1위 네이버·꼴찌 HDC현산[K인구전략])
워킹맘의 발목을 잡는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는 한국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편이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여성의 유급 육아휴직 사용 가능 기간은 30.6주로 12위, 남성 유급 육아휴직 사용 가능 기간은 22.1주로 일본(31.1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이 더 많은 여성의 경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OECD에서 가장 긴 남성 육아휴직을 갖춰놨으나 실제 사용은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육아휴직 복귀하니 "잘 쉬고 왔냐"…이런 기업에선 애 못낳는다[K인구전략])
이러한 현실은 출산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쟁이 치열한 노동 시장에 뛰어든 여성 직장인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 문제는 임금과 커리어를 포기하게 만드는 기회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다. 육아·가사 부담도 여전히 여성에 쏠려있다.
이코노미스트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보다 한단계 위인 일본은 2022년까지 종합 지수 기준으로 28위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27위로 한단계 올라갔다. 대신 2022년 27위였던 터키가 2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상위권은 주로 북유럽 국가였다. 아이슬란드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스웨덴, 3위는 노르웨이였다. 아이슬란드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21.4%포인트 높았고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남성과 격차가 5%포인트 미만이어서 OECD 평균(14.8%포인트)보다 크게 적었다. 남녀 급여격차도 9.7%포인트로 30%포인트대인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평균 점수가 전년 대비 약간 높아졌지만 대부분 지표에서 개선 속도는 느렸다"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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