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꿀단지’ 월급통장 깨진다…고금리‧인뱅 등장에 요구불 예금 급감
월급통장 같이 이자가 적은 요구불 예금이 최근 급감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으로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모바일뱅킹 확산에 수신 경쟁이 과거보다 더 치열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총 예금 늘 때, 요구불 예금 2년 새 10% 뚝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예금 은행의 원화 요구불 예금은 322조9621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357조6367억원)과 비교해 약 9.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총 예금(1993조560억→1869조237억원)과 저축성 예금(1511조3871억→1670조939억원)은 각각 6.6%·10.5% 오히려 늘었다.
요구불 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대신,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예금이다. 만기·예치금액·입출금 횟수 등에 제한이 없어 주로 월급을 받는 통장으로 자주 활용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큰 이자 비용 없이 자금 확보가 가능해 수익성이 큰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요구불 예금 같은 저원가성 예금은 그간 은행 이자 수익을 확대하는 주요 요소로 지적받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8월 자체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서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데, 대출 약 70%는 기준금리가 높아질 때 금리 역시 높아지는 변동 금리 대출인 반면, 예금의 절반가량은 기준금리 변화 영향을 받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고금리에 요구불→저축성 예금으로 이동
이런 요구불 예금이 최근 급감한 것은 금리가 많이 올라서다. 저금리 시대에는 다른 예·적금과 요구불 예금의 금리 차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월급 통장의 돈을 또 다른 예·적금 상품으로 옮길 유인도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파격적인 고금리 상품이 많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기 예금(28%)과 정기 적금(75%)이 전년 대비 특히 급증했다. 전체 예금 은행의 저축성 예금 중 고금리 상품이 많이 몰려있는 상품군이다.
인뱅發 수신 경쟁에 요구불 이탈 커져
다만, 고금리만으로 이런 요구불 예금 급감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금리 인상기를 살펴보면, 요구불 예금은 상승세만 둔화하거나, 감소하더라도 감소 폭이 이렇게 가파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라진 은행권 경쟁 환경이 요구불 예금 이탈을 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 후발 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선이자를 주거나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수신 경쟁이 과거보다 더 치열해졌다. 여기에 모바일 뱅킹 확산에 은행 간 예금 상품 갈아타기가 간편해진 점도 요구불 예금 이탈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 감소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디지털 금융환경 확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기득권 깨지나…4대 시중은행 이탈 더 커
더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한 소비자들의 널뛰기 금융 소비 형태가 확산할수록 은행권 영업 환경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특히 과거 월급 통장을 독점하며 수신 경쟁에서 기득권의 위치에 있던 대형 시중은행에는 이런 현상이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나 이자 면에서 더 많은 혜택을 고민하지 않으면, 예전보다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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