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정부, 중증환자 진료에 '묻지마 수가', 1000억 지원
전공의 진료 이탈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다급해진 정부가 '묻지마 수가 지원' 카드를 꺼냈다. 이것저것 자세히 따지지 않고 우선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 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7일 브리핑에서 "모든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하여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7일 1285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한 데 이어 월 1882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건보 지원책의 핵심은 중증환자 입원료 사후보상이다. 여기에 한 달 간 1000억원이 들어간다. 전국 200여개의 수련병원이 대상이다. 환자가 수술·입원 진료를 받고 퇴원할 때 암·뇌졸중·심장병 등의 '전문진료군(중증환자)'으로 확인되면 입원료를 100% 추가 지급하는 게 골자다. 지금은 수련병원 병실에 경증이나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입원료를 두 배로 인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령 2인실 입원 환자라면 지금 입원료의 두 배(48만2000원, 간호등급은 S)가 병원에 지급된다. 다만 환자는 100% 가산되는 수가에 본인 부담을 안 내도 된다. 11일부터 한 달간가산 수가를 시행하다가 진료 이탈이 계속되면 연장한다.
정부는 초고속으로 이번 대책을 결정했다. 평소에는 관련 학회나 병원협회 등과 여러 차례 협의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의결한 후 시행한다. 이번에는 이런 절차를 생락했다. 건정심 소위원회 의결만 거쳤다. 본위원회에는 이달 28일 사후보고한다. 대개 새로운 수가를 만들면 몇 명에게 적용할지 대략적인 인원이 나오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다. 일단 '100% 가산'을 결정하고, 여기에 1000억원을 배정한 것이다. 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응급상황인데 언제 협의하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가재난단계 '심각'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묻지마 지원'이 가능하게 돼 있다. 코로나19 때 이런 절차를 만들었고,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정부는 중환자실 진료 지원금도 올렸다. 전문의가 중환자실 입원환자를 진료할 경우 환자당 하루에 2만5000원의 진료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지역의 소규모 응급의료기관에서 전문의가 진료할 경우 하루 1만8800원의 진료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심폐소생술 등의 68개 응급실 의료행위에 대해 50% 가산하던 것을 150% 가산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필수의료행위 수가를 올린다고 했는데, 세부 시행방안이 나오지 않아 전공의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이 워낙 급하니 '묻지마 지원'을 하고 차차 다듬어가면 된다"고 주문했다. 이런 요구에 정부가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비상진료 지원 방안을 적용했는데, 여기에 600억원이 들어간다. 7일 신규 대책에는 1282억원가량이 더 들어간다. 이 둘을 합쳐 월 1882억원을 투입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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