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권 판매 6.8조 ‘역대 최대’…'세수 펑크' 재정 도왔다

김기환 2024. 3. 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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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인 1월 1일 서울 노원구의 한 복권 판매점에 복권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연합뉴스

지난해 로또·스피또·연금복권 등 복권 판매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기 서민에게 소소한 행복이자, 세수(국세 수입)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재정에 ‘가뭄에 단비’였다.

7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6조750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 늘었다. 로또 판매액(5조6000억원)이 가장 많았다. 수출이 부진하고, 물가가 뛰고, 세수가 줄어드는 등 국내 경제가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복권 판매는 순항했다. 올해 복권 판매도 7조3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

복권 판매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17년(4조2000억 원)→2018년(4조4000억 원)→2019년(4조8000억 원)→2020년(5조4000억 원)→ 2021년(6조원)→2022년(6조4000억 원) 꾸준히 증가세였다. 기간을 늘려보면 경제 성장에 따라 로또 판매도 꾸준히 늘었다. 1983년 500억원에서 1990년 1000억원, 2002년 1조원, 2011년 3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 복권 인식조사에 따르면 74%가 “복권이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좋은 이유로는 “기대나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답한 경우가 40.5%로 가장 많았다. 실제 복권은 ‘서민의 기호품’이기도 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는 1년 전보다 복권 소비를 6.1% 늘렸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가 복권 소비를 평균 6.6% 줄인 것과 대비된다.

다만 ‘불황에 복권이 더 잘 팔린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복권 판매는 전년 대비 12.4%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복권 판매가 1년 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복권 ‘신제품’이 나왔을 때 판매량이 급증했다. 1983년 ‘올림픽 복권’, 1990년 ‘엑스포 복권’ ‘체육 복권’, 2002년 ‘로또 복권’, 2011년 ‘연금복권’ 등을 출시할 때마다 복권 판매가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대세 복권인 로또를 출시한 다음 해인 2003년에는 복권 판매가 전년 대비 332% 폭등했다. 반면 새 복권을 발행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권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복권 피로’(lottery fatigue) 현상이 발생해 복권 판매가 줄곤 했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에겐 복권이 효자다. 복권 판매액을 정부 기금으로 쓸 수 있어서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복권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운영비를 제한 수익금 등을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저소득층 지원 등 국가사업에 쓴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로또 복권 한장을 구매할 경우 약 410원을 복권기금으로 쓴다.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기금 약 6300억원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약 4500억 원 ▶지방자치단체 복지 사업 약 3500억 원 ▶금융위원회 햇살론 출연 약 1700억 원 등을 복권기금으로 지원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복권위 민간위원)는 “정부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복권기금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정 지원을 보충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권은 매년 수요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복권기금으로 재정을 확충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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