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은 노무제공 아니라는 대전고용노동청, 사과하라"

대전지역버스노조·새진보연합, 의무교육시간 임금 미지급 무혐의 처분 강력 규탄

[장재완 기자]

▲ 한국노총 대전시버스노동조합과 새진보연합은 7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의무교육 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대전지방노동청의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지방노동청이 근무시간 이후 이루어진 법정의무교육에 대해 임금지급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노조와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대전광역시지역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천홍, 이하 버스노조)과 새진보연합은 7일 대전시의회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교육 시간에 대해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과하고, 해당 사건을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버스노조는 퇴근시간 이후 근로자들에게 실시된 산업안전보건교육, 성희롱예방교육, 장애인인식개선교육 등 법정교육에 대해 K교통(주)이 임금(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자 검찰에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이 계산한 미지급 임금은 K교통을 비롯한 대전지역 13개 버스회사에서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까지 3년간 총 13억 원의 시간외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 1월 29일 이 사건을 무혐의처분 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의견 때문이다. 해당교육이 휴일이나 근무일이 아닌 시간에 실시된 것이 아니고, 교육이수자에게는 이수 시간에 따른 해당 호봉별 시급 100%를 교육수당 명목으로 지급했기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버스노조는 법정 의무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다203798)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근로개선정책과-4723)에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교육시간을 연장근로로 인정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남부고용노동청은 지난해 2월 해성택시의 방영환 열사의 최저임금 위반 진정에 대하여 '완전월급제를 도입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및 택시운송사업의발전에관한법률이 강행법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혐의 처리하여 결국 택시노동자의 분신을 촉발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고용노동청이 노동법에 대한 기초 이해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대전시 노선버스 승무사원들은 근무시간이 종료한 이후 법정 의무교육을 이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3개 버스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근로 수당은 총 13억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기초이해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무혐의 결정을 내린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당 노동조합의 재고발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 한국노총 대전시버스노동조합과 새진보연합은 7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의무교육 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대전지방노동청의 어처구니없는 판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발언을 하고 있는 한창민 새진보연합 공동선대위원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박천홍 한국노총 대전시버스노조위원장은 "우리 버스기사들은 새벽 4시에 출근하고, 새벽 1시가 돼야 집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다른 직장인들처럼 법정 의무교육을 받는다"며 "우리는 근무시간에 시내버스를 운전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휴일이나 근무 이후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따라서 이러한 법정 의무교육시간은 당연히 근로시간으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이미 그렇게 판결했고, 노동부 행정해석도 근로시간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대전고용노동청은 우리가 받은 교육은 노무제공이 아니므로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대체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청인가, 아니면 사용자를 위한 사용청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담당 근로감독관이 노동법을 몰라 이렇게 판정을 했다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들에게 재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고, 알면서도 이렇게 판정을 했다면 사용자와 검은 거래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새진보연합 한창민 공동선대위원장은 "대전시민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노동자들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국가가 나서서 부당한 행위를 바로잡아주어야 한다"며 "그런데 대전지방노동청은 오히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해서 공무원들도 지금 따라하는 것인가, 고용노동청이 근로자를 위해 존재한다면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전지방노동청의 어처구니없는 판단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는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후 이들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 이동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