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려고 의사 되지 않았는가”…한 병원장의 호소

신대현 2024. 3. 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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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충남 소재 대학병원들이 어린이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위험에 처했던 일이 있었다.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를 어찌 대학병원들 중 한곳도 안 받아줬을까. 이건 아니다. 의사인 나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우리는 사람을 살리려고 의사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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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119구급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3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충남 소재 대학병원들이 어린이 응급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위험에 처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어린이 환자를 받아 응급 처치를 시행한 병원장은 “하마터면 부모 눈앞에서 한 아이를 잃을 뻔했다”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길 촉구했다.

지난 5일 박현서 아산 현대병원 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같은 일화를 전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지난 4일 저녁 9시쯤 현대병원 응급실에 119구급대원으로부터 ‘산소마스크로 분당 15리터의 고농도 산소를 줘야 겨우 말초산소포화도 90%를 유지하는 6살 남자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당시 구급대는 충남 소재 모든 대학병원에 요청을 넣었지만 전공의들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박 원장은 앞뒤 가리지 않고 아이를 받았다고 했다. 현대병원으로 이송된 아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장난감 블록 조각을 삼킨 아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했다. 박 원장은 “단순 천식 발작이나 후두염이 아니었다”라며 “피부가 푸른빛을 띠는 청색증이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질식 상태에 빠졌을 때 시행하는 하임리히법을 이어갔다. 더불어 상체를 최대한 숙이게 한 뒤 등을 손바닥으로 수십 차례 내리친 끝에 아이는 구토를 하면서 손톱만한 블록 조각을 뱉어냈다. 숨길이 뚫린 아이의 표정과 숨소리가 금세 안정을 찾았다.

박 원장은 “아이가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했음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고통까지 갔다가 돌아왔음을 우리 모두 직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편하게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본 아이의 엄마는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울음을 쏟았다. 아이의 아빠는 왼쪽 발만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오른쪽은 맨발이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 원장은 아이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들에 분노했다.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를 어찌 대학병원들 중 한곳도 안 받아줬을까. 이건 아니다. 의사인 나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우리는 사람을 살리려고 의사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을 향해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7일 쿠키뉴스와의 SNS 대화를 통해 “환자 진료에 모든 열정과 시간을 쏟아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일선 현장 의료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현재 1만명이 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1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서면으로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 인력은 총 1만1219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9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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