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 헤일리에 바이든 “자리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동참하라”
11월 미국 대선 대진표가 전ㆍ현직 두 대통령 간 리매치로 짜여진 가운데 8개월의 대장정을 떠나는 ‘대선 열차’는 중도 하차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두 사람이 손을 내밀며 출발을 알렸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적게는 10% 안팎에서 많게는 약 50%(버몬트주)를 득표했다. 그를 지지했던 이 표가 11월 대선에서 누구에게로 향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1~5%포인트라는 미미한 격차로 승패가 갈리는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에서는 헤일리 전 주지사로 대변되는 중도ㆍ온건 보수 표심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어서다.
헤일리 ‘트럼프 지지’ 안 밝히고 사퇴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날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헤일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를 축하하고 선전을 기원한다”며 “나는 항상 (누가 됐든)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절대 군중을 따라가지 말라”고 했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뼈 있는 말을 했다. 강성 지지세력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등에 업은 트럼프의 극단주의를 비판하는 말로 풀이됐다. 이어 “트럼프가 공화당과 그를 지지하지 않는 당 밖의 사람들 표를 얻는 것은 그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민주주의 수호 등 공통점”
트럼프 “민주당 밀어줬는데 헤일리 완패”
또 “헤일리가 (경선) 레이스에 남아 끝까지 싸우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반어법으로 조롱했다는 게 미 현지 언론의 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11월 대선에 필요한 한 유권자 그룹의 지지를 얻어낼 쉬운 기회를 놓쳤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경선 기간 여러 차례 헤일리를 ‘새대가리’(birdbrain)라 칭하며 비하했었다.
전날 15개 주와 해외 영토(미국령 사모아)에서 한꺼번에 경선을 치른 ‘수퍼 화요일’ 승부에서 유일한 스윙스테이트로 꼽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지지자들의 80%는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헤일리 지지층의 3분의 2는 트럼프가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기에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올해 백악관 입성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트럼프 지지를 꺼리는 온건파 공화당 유권자를 포함한 헤일리 지지층이 11월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헤일리 ‘당내 반(反)트럼프 구심점’ 역할 주목
헤일리 전 주지사의 향후 정치적 진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경선 후보에서는 물러났지만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으로 존재감을 키우면서 벌써부터 차차기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이겨 재집권을 하더라도 예측불가능한 리더십으로 혼란이 이어질 경우 차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안으로 헤일리 전 주지사를 부르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헤일리 전 주지사는 이날 “선거 캠페인은 중단하지만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통화에서 “헤일리는 경선을 접었지만 공화당 내 트럼프 비토(거부) 세력의 대표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트럼프와 다른 ‘전통 공화당 주자’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7일 국정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재임 기간 성과를 강조하고 2기 집권의 비전을 제시하며 대선 본선 모드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뚤어진 바이든의 국정 연설에 실시간 대응할 것”이라며 “부정확한 모든 얘기를 신속하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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