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차규근 이어 이규원도 사직 "정권심판"
[김종훈 기자]
▲ 이규원 부부장검사가 2024년 1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직권남용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9 |
ⓒ 연합뉴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7일 오전 이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검찰에 기반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한 엄정한 국민의 심판이다. 검찰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살려 검찰개혁의 일익을 맡겠다"라고 적었다.
이는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일로부터 90일)은 지났지만,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는 경우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소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이 검사와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이날 조국혁신당에 영입인재로 합류했다.
이 검사는 이 글에서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다.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며 "조국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의 고초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저도 14회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4년째 수사와 재판에 인생이 볼모 잡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대통령부터 요직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 상황이 우리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은 결코 아니"라면서 "검찰은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하고, 검찰개혁은 22대 국회에서 근본적으로 재추진되어야만 한다. 그 첫걸음은 22대 총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압승이고 저도 부족하지만 힘을 보태려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했던 이 검사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기습적으로 출국하려고 할 때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사용해 출국금지를 시킨 것이 불법이라는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사후 승인받은 혐의 등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 선고를 유예했다.
또한 이 검사는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구속 중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면담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기자 2명에게 이런 내용을 알려줘 보도되게 한 혐의로도 재판받고 있다.
다음은 이 검사가 올린 글 전문이다.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백홍관일(白虹貫日)의 형국입니다. 흰 무지개가 해를 범했으니 나라에 망조가 들었습니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노골적 사전선거운동, 소통령은 알맹이 없이 상대방을 힐난만 하는 말장난, 여사님은 영부인 놀이로 날 새는 줄 모르는 가운데, 전쟁의 위협은 점증하고, 서민경제는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희망을 잃은 채 마음속에 까닭 모를 울분만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검찰의 압수수색 기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선거가 코앞인데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은 오해받을 수 있는 수사를 자중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검찰권이 남용되니 정작 서민들의 눈물 어린 호소가 담긴 사건은 전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함부로 처리되거나 캐비닛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은 우선적 개혁의 대상이었고, 그 스스로의 처절한 반성을 요구받았습니다. 저는 김학의 사건 재조사 실무를 맡았고, 그 과정에서 야밤에 몰래 출국하려는 김학의를 잡기도 하였습니다. 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학의가 구속되어 검찰개혁의 한 동력이 되었지만, 결국 개혁은 실패하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검찰공화국입니다. 지혜와 역량과 간절함이 부족했습니다. 저도 검찰개혁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는 이유로 조국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의 고초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14회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4년째 수사와 재판에 인생이 볼모잡혀 있습니다.
검찰이 대통령부터 요직을 독점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 상황이 우리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검찰은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야만 하고, 검찰개혁은 22대 국회에서 근본적으로 재추진 되어야만 합니다. 그 첫걸음은 22대 총선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압승이고 저도 부족하지만 힘을 보태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나서서 힘과 열정과 지혜를 보태 주시면 능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의 시대정신은 검찰에 기반한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한 엄정한 국민의 심판이고, 주권자인 국민의 검찰공화국 해체 명령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회복되어야 하고 검찰은 대수술을 거쳐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합니다. 검찰도 공무원 조직임을 자각시키고 검사를 평범한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처음과 끝입니다. 양심적인 검사들이 국민의 명령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수사권 조정 같은 문제는 대증적 진단과 처방일 뿐만 아니라 그리 실용적이지도 못하다는 것을 지난 정부 검찰 개혁 과정에서 이미 절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치밀한 방식으로 검찰개혁은 수행되어야만 합니다.
나아가 검찰개혁은 특정 국면에서만 유효한 의제가 아니라 현 시점에서 극복해야 할 근본모순으로 총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입니다. 검찰의 권한은 헌법재판소도 확인해 주었듯이 법률적 권한에 불과합니다. 국회 입법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총론과 제도 중심의 개혁을 추구했다면, 22대 국회에서는 각론 위주로 국민들께서 개혁에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민생과 맞닿아 있는 부분부터, 일견 작아 보이지만 실용적인 부분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습니다. 제가 검찰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살려 검찰개혁의 일익을 맡겠습니다.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합니다. 맑고 시린 눈을 간직하겠다는 각오로 이제 새벽길을 나섭니다. 바람 차고 강물도 차지만 돌아오지 못할 길을 나섭니다. 어둠 속에서 세상이 갈 길을 잃었을 때 섬광처럼 빛나고 역사의 지평선 뒤로 강 건너 저편으로 이름도 없이 시대와 더불어 사라진다고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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