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에 맞서라" 이 학생들이 소리친 까닭

안지훈 2024. 3. 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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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서울 거쳐 부산으로

[안지훈 기자]

 뮤지컬 <스쿨 오브 락> 포스터
ⓒ S&Co
실패한 로커 '듀이 핀'이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엄격한 규율로 운영되는 명문 학교 로저스 그린에 대리 교사로 취업한다. 락 음악 밖에 모르던 듀이는 오직 명문대 진학만이 목표인 학생들을 데리고 음악 수업을 진행하고, 끝내 락 밴드를 결성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익히 알려진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동명의 영화를 본 이후 뮤지컬로 제작하기 위해 직접 영화사와 소통했다는 일화도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아역 배우들이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브로드웨이에서 화제를 모은 <스쿨 오브 락>이 월드투어를 통해 201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1월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스쿨 오브 락>은 오는 24일까지 서울에서 관객들을 만난 뒤, 4월 2일부터 14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펼친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사진
ⓒ S&Co
권력자에게 맞서라! "Stick It To The Man!"

캐나다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사람들이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는 주장을 펼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상생활 중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하는 '배우'이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관객', 그 공간은 곧 '무대'이다.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연기해야 하는 모습'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예를 들어 교수는 강단에서 근엄해야 하고, 회의에 참석한 임원은 진지해야 하며, 서비스업 종사자는 옅은 미소를 띠며 친절한 어투를 사용해야 하고, 누구는 이러해야 하고, 누구는 저러해야 하고. 우리는 상대방이 어떠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상대방은 통상적으로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고프만에 따르면 상호작용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만약 기대에서 어긋난 연기를 한다면 상호작용 행위자는 당황하게 된다.

<스쿨 오브 락>에 등장하는 명문 초등학교 호러스 그린의 사람들도 분명 연기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행동양식, 일련의 코드가 존재한다. 부모님과 선생님들로부터 명문대 진학이 유일한 목표라고 주입받은 학생들은 엄격한 규율을 스스로 따르고,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공부에 열중한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어야 하고, 복도에서 뛰어서도 안 된다.

이런 학생들에게 갑자기 '듀이'가 찾아와 락 음악을 가르치니, 학생들은 크게 당황한다. 진학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느니, 교장 선생님이 아시면 큰일난다느니, 부모님이 비싼 학비를 들여 공부하라고 보냈다느니, 반발한다. 그러나 억압된 생활 속에서 각종 욕구를 억누르며 공부해온 학생들에게 "목소리를 내라"는 듀이의 말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듀이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악기를 하나씩 쥐어주고, 보컬이나 코러스 등의 역할을 맡기며 목소리를 내라고 외친다. 그렇게 학생들은 점점 락 음악을 통해 내면의 욕구를 밖으로 내뱉는다.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던 교장 선생님 '멀린스'도 마찬가지였다.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던 멀린스가 과거 락 음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듀이는 멀린스를 유혹한다. 학생들과 락 음악을 하기 위해 현장학습을 가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듀이는 락 음악을 향했던 멀린스의 열정을 들춰낸다. 멀린스의 내면에서 조금씩 그 열정이 깨어나고,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자신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 교장은 재미있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숨기며 살아왔다고.

<스쿨 오브 락>은 희망을 주는 성공 스토리, 쇼 뮤지컬답게 해피엔딩이다. 아이들의 공연에 선생님과 부모님은 크게 호응한다. 사람들도 열광한다. 듀이와 아이들이 외쳤던 "Stick It To The Man"은 가히 <스쿨 오브 락>을 관통하는 주제라 할 만하다. "권력자에게 맞서라"라고 번역된 이 문구는 듀이와 아이들의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마다 외치고 노래했던 문구다. 우리를 억압하는 관습, 요구되는 코드, 정해진 틀을 깨부술 용기가 때때로 필요하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사진
ⓒ 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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