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공격에 첫 민간인 사망자...그리스 화물선 선원 3명 숨져
예멘의 친(親)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후티 반군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며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작전 태스크포스(TF)의 압박 수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이 이날 예멘 아덴만에서 그리스 기업 소유의 바베이도스 선적 화물선 '트루 컨피던스호'를 공격해 선원 3명이 사망했다.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 홍해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사망자 이외에도 최소 4명의 선원이 다쳤고 이 중 3명이 중태"라며 "나머지 선원 20명과 무장 경비 3명은 배를 버리고 탈출했지만 어떤 상황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중 다수는 필리핀 국적(15명)이며, 베트남(4명)·스리랑카(2명)·인도(1명)·네팔(1명) 국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선박은 불이 붙은 채 표류 중"이며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에도 후티 공격을 받은 영국 선적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홍해에서 침몰하는 등 후티에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공격받을 당시 루비마르호는 2만1000t(톤)이 넘는 비료를 운송 중이었으며, 이 비료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미군은 지난 1월부터 영국군과 함께 예멘 내 후티 근거지 등을 공습하고 있지만 후티 측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전날인 5일에도 후티는 미군 구축함 카니호를 공격했고, 미군이 보복 공습에 나서 대함 미사일 3기 등을 파괴했다. CNN은 "후티는 여전히 대규모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란으로부터 성능이 좋은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원 노조인 국제운송노동자연맹(ITF)은 이날 긴급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스티븐 코튼 ITF 사무총장은 "우리는 홍해에서 선원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국제사회에 지속해서 경고를 해왔지만, 결과는 비극으로 확인됐다"며 보다 강한 대책을 요구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티는 홍해를 지나가는 무고한 민간인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모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불행하고 비극적이게도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계속해서 후티가 그들의 공격에 대해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 미국과 영국 등은 더 강력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후티의 공격으로 피해를 본 상선은 12척가량으로 파악된다. 군함의 피해는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기업이 홍해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며 "보험 비용만 수십만 달러가 증가했다"고 짚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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