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파묘’ 김재철 “LA 교포? 풍납동 토박이죠”
영화 ‘파묘’ 무당 도움 구하는 교포役
“장재현 감독·아내=은인…인기 들뜨지 않아”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배우 김재철(42)은 영화 ‘파묘’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한다. 목이 돌아가는 장면은 ‘헉’ 소리 날만큼 인상적이다. 실제 미국 교포처럼 말투가 실감 나고, 빙의돼 일본어를 내뱉는 장면에선 소름이 끼친다. 그는 장재현 감독의 가장 큰 발견이다. 감독은 드라마 ‘하이에나’(2020)를 보고 출연을 제안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철은 “회사를 통해 출연을 제안받고 ‘나를 왜?’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감독과 첫 미팅 날을 회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엄청나게 긴장돼 연기랑 만반의 준비를 다 해갔다. 감독님은 이미 결정을 하고 나오셨더라. ‘잘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하셨다. 두 손을 꼭 잡고 ‘은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지난 6일까지 6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엄청난 성과다. 영화 ‘검은사제들’(2015) ‘사바하’(2019)로 오컬트 장르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장재현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용 영화를 기획하며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코드를 영리하게 녹였다.
장 감독은 개봉 이후 김재철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김재철이라는 원석을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에 김재철은 울컥했다. 그는 “장 감독은 가만히 있으면 속을 알 수 없지만, 소년처럼 여리고 슬픔도 많다. 정도 많고 자기 사람도 잘 챙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목이 부드러운 남자’ 강렬한 여운
영화가 흥행하자 김재철은 배우 최민식, 유해진 등과 극장 무대인사를 돌고 있다. 무대인사는 ‘팬 서비스’ 영역을 벗어나 하나의 ‘문화’가 됐다. 온라인 파급력이 커지면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생성돼 놀이처럼 소비되는 분위기다.
61세 배우 최민식은 무대인사에서 관객이 건네는 온갖 ‘머리띠’를 마다하지 않고 쓴다. 이를 촬영한 사진,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김재철은 ‘목 돌리기의 달인’ ‘목이 부드러운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연거푸 목을 돌리고 있다. 통상 무대인사는 영화 상영 전, 후에 진행되지만, ‘파묘’는 영화가 끝난 후 무대인사가 진행된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목을 돌리는 김재철이 재미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민식 선배가 ‘큰 사랑 주시니까,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목을 돌려 드려! 자신 있게 돌려!’ 하시더라고요.(웃음) 객석 분위기를 환기하는 선배를 보며 대단해요. 많이 배웠죠. 강동원을 찾을 때는 모두 속았어요. 저는 목 하나로 버티고 있어요. 아직 머리띠를 받은 적은 없지만, 만약 받는다면 기꺼이 해야죠.”
김재철은 3대째 집안에 기이한 병이 대물림 되고 있어 무당에게 도움을 구하는 박지용 역을 연기한다. 극 초반부터 담담해 보이면서도 묘한 어두운 기운을 풍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실제 미국 교포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는 “서울 풍납동 토박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결혼하기 전까지 풍납동에서 오래 살았고, 아버지는 아직도 살고 계신다. 주민들께서 단체관람도 하고 응원해주셨다”고 했다.
실감 나는 교포 연기는 미국 교포 아내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재철은 “영어 대사를 아내가 녹음해줬다. 그걸 들으면서 제가 녹음한 걸 듣고 다시 피드백을 줬다. 아내가 교포라고 말하면 주변에서 ‘그래서 교포 느낌이 나나? 그 분위기가 묻나?’는 반응이다”라고 했다. 한국에 온 적 없던 교포 처남도 인정했다. 그는 “영화를 본 처남이 ‘형님, 발음 엄청 좋던데요?’라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20년 무명’ 갈증은 나의 원동력
김재철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0)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극 '광수생각'(2007) '칠수와 만수'(2008) 등 무대에 올랐고, 2010년에는 국립극단 연수단원으로 몸담았다. 이후 드라마 ‘하이에나’(2020) ‘킬힐’(2022)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렸다.
“어릴 때는 빨리 잘되고 싶었어요. 셀 수 없을 만큼 오디션도 많이 봤고요.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기회가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하며 버텼어요. 가족, 선후배들이 저를 믿어줬어요. ‘이 순간을 잘 간직하고 버티자’ 묵묵히 걸었어요. 시각장애인 오디오북 봉사나 영화, 운동, 연극을 통해 버틴 시간이 현재의 자양분이 됐죠.”
그는 “만약 10년 전에 주목받았다면 ‘끝났다’며 들떠있었을 것”이라며 “비록 ‘파묘’로 반짝하고 다음 작품을 하기까지 오디션을 보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티는 건 자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게 무명을 겪어온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김재철은 자신을 ‘육아 만랩’이라고 소개했다. 두 돌 지난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 입소한 딸을 키우느라 바쁘다. 그는 “지금 인터뷰 자리가 비현실적이다. 어제는 육아하다가 오늘은 인터뷰를 하고, 내일은 어린이집에 딸을 데리고 가야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분윳값이라도 벌기 위해, 아빠의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작품에서 ‘파묘의 그 사람 맞아?’하는 반응을 듣는 게 목표예요. 칭찬에 목말라요. 부유한 사업가, 교포 역할이 아니라도 자신 있어요. 장사꾼, 공무원 등 입는 옷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드릴게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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