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기술 유출 땐 경쟁력 큰 훼손…커지는 처벌 강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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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유출되면 마이크론(미국)은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사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SK하이닉스 전 연구원의 전직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의 결정문은 정보 유출로 우리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와 공정성을 잃을 경쟁구도, 그에 따른 시장의 폐단 모두를 정확히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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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 선점 기업간 경쟁 치열
탈취 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
대법 양형위, 강화안 이달중 발표
"정보가 유출되면 마이크론(미국)은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사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SK하이닉스 전 연구원의 전직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의 결정문은 정보 유출로 우리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위기와 공정성을 잃을 경쟁구도, 그에 따른 시장의 폐단 모두를 정확히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밑에서 검은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시사한다.
기술 유출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과거에는 국내 인력들이 중국으로 갔지만, 최근 들어선 마이크론 등 미국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보다 국내 인력의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이직 사례가 많아진다면 기술 유출 등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우려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 문서는 가지고 갈 수 없겠지만, 결국 기술을 만드는 건 사람"이라며 "그 사람의 능력이나 노하우 등이 경쟁사로 전해지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에는 HBM이 기술 유출의 타깃이 된 점도 눈길을 끈다. HBM은 최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점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속해서 기술 유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HBM은 미세구멍을 뚫은 D램 칩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해 만드는 고성능·고용량 D램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쓰이다 보니 AI용 메모리라 불린다. 일반 D램 대비 가격이 높은 고부가 제품인 데다 최근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 자릿수 비중에 그쳤지만, 올해는 20% 이상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0억달러 규모였던 HB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2027년이 되면 3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HBM 선점이 곧 실적인 상황에서 D램 3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53%)와 삼성전자(38%)가 주요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에서 마이크론(9%)이 후발주자로 뒤따랐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47~40% 점유율을 양분하고 마이크론이 3~5%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달 중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에서 경쟁사 인텔로 입사하기 위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 관련 핵심기술 등 33개 파일을 유출한 엔지니어가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2년간 형의 집행이 유예됐던 1심 형량보다 가중됐다. 지난 4일에는 북한 해킹 조직이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우리 기업들의 서버를 해킹해 반도체 제품 설계 도면과 설비 현장 사진 등을 탈취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을 통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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