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개미들의 '장인화 위기론' 기우일까

박영국 2024. 3. 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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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맨' 이미지 강해…소액주주 '배터리 소재 사업 등한시' 우려
신사업실장 시절 배터리 소재 성장 기반 마련 이력도
'철강이 본질' 발언이 논란 키워…신사업 추진 일관성 믿음 줘야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포스코홀딩스

“어차피 포스코그룹 아래 포스코퓨처엠이 있는데, 신임 회장도 전체적으로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 속도는 조정할 필요가 없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서 앞으로 미래성장산업으로 가져가시겠다는 게 큰 방점이기 때문에 더욱 잘된 거 같습니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지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자가 회장에 오를 경우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를 등한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배터리 산업 전시회에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에 대한 얘기가 언급될 정도로 장 후보의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그룹의 행보는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장인화 후보는 정통 철강맨으로 불린다. 연구원 출신으로 철강 기술 분야에 정통한데다,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까지 지닌 이력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철강회사 포스코를 비롯한 포스코그룹 내부에서는 환영받지만, 외부 특히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배터리 테마주로 인식하는 소액주주들로부터는 우려의 시선을 받는다.

최정우 회장 시절 배터리 소재 쪽으로 많이 옮겨갔던 그룹 투자전략의 중심축이 다시 철강 쪽으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최종 후보 낙점 이전에 유력한 경쟁후보 중 하나로 장인화 후보와 대비되는 이력의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들어있었기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더 컸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소액주주인 김모 씨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장인화 회장 후보 포함 이사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장 후보의 회장 선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장 후보가 포스코의 본질은 철강임을 강조하고 주주환원책과 미래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7월 ‘포스코 밸류 데이’ 발표 내용을 보면 2023~2025년은 배터리 소재사업의 도약기로, 투자 비중은 철강을 넘었다. 회사는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한데 지금 1년이 넘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준 권영수 후보가 포스코홀딩스 회장으로 적임”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권영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향해서는 “주요주주로서 소액주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장인화 후보를 반대를 하거나 기권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에 마련된 포스코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같은 소액주주들의 우려와 달리 장 후보가 배터리 소재 사업을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예상이다. 그룹의 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등공신인 배터리 소재 사업을 굳이 축소 혹은 동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주사에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컨트롤하게 된 김준형 총괄이 “앞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가져가시겠다는 게 큰 방점”이라고 장 후보의 의중을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 후보의 이력도 꼭 철강 분야에 치중된 것만은 아니다. 2011년부터 투자성장부문 신사업실장, 2014년부터 포스코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을 맡아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신사업을 재편함으로써 지금의 배터리 소재 및 원료 사업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종후보 확정 직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의 본질은 철강이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앞으로 포스코그룹을 이끌어갈 수장으로서 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철강회사 포스코 직원들의 소외감을 어루만지고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게 아니겠느냐”면서 “결코 신사업을 등한시하겠다는 의미는 아닌데, 해석에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장 후보의 회장 선임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어느 정도 표를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액주주 지분 비중이 75%를 넘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는 숫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사외이사 연임에는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장 후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다.

그럼에도,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장 후보의 결자해지가 필요해 보인다.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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