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이 칭송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실체
[고승우 기자]
▲ <건국전쟁> 포스터 |
ⓒ 다큐스토리 |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 평했다고 한다. 이 영화 전반에 대한 평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승만의 큰 업적이라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는 그 체결 전후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승만은 6·25 전쟁에 대한 정전협정 논의가 시작되자 전쟁 중단을 반대하면서 무력에 의한 통일을 주장했다. 그는 정전협정을 결코 수락하지 않고 통일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1953년 6월 18일 반공포로 석방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 덜레스 국무장관은 서신을 보내 "한국이 휴전을 위태롭게 할 권리가 없다"며 비난했다(월간조선 2013년 7월12일치).
미 행정부는 이승만이 한국군에게 '북진 명령'을 내리는 등 돌출행동을 할 경우 등을 우려해 1953년 중반 이승만이 정전협정 내용에 반대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경우 이승만을 제거하기 위한 비밀계획인 '에버레디 작전'을 만들기도 했다.
이승만은 4가지 요구사항을 들어 주면, 정전협정을 받아들이겠다며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경제원조와 한국군 20개 사단 증강 지원 등을 요구했다. 그 결과 미국은 '무력침략을 받을 경우, 즉각 개입' 요구를 제외하고 이승만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고 1953년 8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가조인됐다.
북한과 그 동맹군을 가상 적으로 한 이 조약은 정전협정에 위배되고 '방어적 조약'이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게 북한에 대해 지극히 대결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자국 군대를 일방적으로 한국 어느 곳에나 배치하고(조약 4조),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2조), 무기한 유효하고 단지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1년 뒤 본 조약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4조에서 파생된 하위법체계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하는 형식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 구역, 경비를 한국이 부담하게 만들었다.
1966년 3월12일 차지철을 비롯한 55명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보완개정촉구에관한건의안'을 국회 외무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7월 8일 "한국방위문제와 한미 양국 간 군사적 제휴 및 재한 외국군대의 지위를 결정하는 제반 조약과 협약을 정부는 재검토해야 하며 시국 변화에 따라 현실성 있고 주권이 보전되는 내용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 개폐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건의안을 통과시켰다(프레시안 2010년 5월13일치).
이에 따라 국방부는 10월 한미동맹 검토 결과를 외무부에 보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10여년이 지나면서 발생한 국제정세 변화 등으로 이 조약의 전면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4조의 경우 미국이 한국의 영토 내와 부근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한국이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하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과 책임 한계가 불분명해 '주한미군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차지철 등의 건의안은 흐지부지됐고, 오늘날 한미상호방위조약, 한국의 군 전시작전통제권 장악, 미국 정부기관인 유엔사 활성화 등을 바탕으로 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미국 대통령이 대북 선제 타격권을 발동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미국은 이 조약을 근간으로 한 한미동맹으로 남북한 관리(남한의 북진통일, 북한의 적화통일 시도 전쟁 억제), 중국과 러시아 견제, 일본 핵무장 저지 등 일석 5조의 이익을 얻고 있다.
오늘날 이승만을 평가할 때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국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며 '국부'로 칭송해야 한다는 견해가 수구세력 등을 통해 제기되는 것은 가짜뉴스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조약이 심각하게 불평등하다는 것은 필리핀과 미국이 2014년 체결한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다. 필리핀에 영구적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시킨 이 협정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정부의 초청을 받을 때만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군이 필리핀 기지에 건설한 군 시설은 미군 철수 때 필리핀 정부에 귀속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불평등 법이라는 점을 직시해서 유엔 회원국 간 관계로 정상화하는 것이 한미는 물론 동북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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