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경선 포기... 트럼프 지지 선언은 안 해
[윤현 기자]
▲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유엔대사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사퇴 선언을 보도하는 CNN 방송 |
ⓒ CNN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6일(현지 시각)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으며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 후보로 나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이어 다시 맞붙는 '리턴 매치'로 열리게 됐다.
트럼프 지지 선언 안 한 헤일리, 4년 뒤 재도전?
전날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패하면서 사실상 승산이 없어진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경선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연단에 오른 헤일리 전 대사는 사퇴 연설에서 "지금까지 이 위대한 나라의 곳곳에서 보내준 열렬한 지지와 성원에 너무 감사하다"라며 "그러나 이제는 경선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 없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며 "축하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라고만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미국은)는 분열되기에는 너무 소중하다"라면서 "나는 항상 공화당원으로서 당의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대중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좋은 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넘어서는 지지를 받을지는 이제 그에게 달려 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라며 "최고의 정치는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제 그가 선택할 때"라고 덧붙였다.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하자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승리를 축하한다"라며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한 공화당 경선의 첫 여성 후보인 헤일리 전 대사에게도 축하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바이든도 칭찬했지만... 너무 높았던 트럼프의 벽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경선의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는 배경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그는 온건 및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으나, 강경 보수층의 확실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특히 분수령으로 꼽힌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버몬트주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치면서 사실상 탈락이 확정됐다.
미 CNN 방송은 "헤일리 전 대사는 버몬트주와 워싱턴 D.C에서 승리하며 공화당 경선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여성이 됐다"라며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선 후보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날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감히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며 "헤일리 전 대사는 그 진실과 혼란, 무능력에 대해 기꺼이 목소리를 내왔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선거 캠프에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라며 온건 및 중도층 표심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정계와 언론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4년 뒤 다시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52세로 젊은 데다가, 비록 중도 사퇴했으나 이번 경선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고 정치인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3선 제한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는 출마할 수 없어 헤일리 전 대사가 더 강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헤일리 전 대사도 이날 사퇴 연설에서 "비록 나는 더 이상 경선 후보가 아니지만, 이 나라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재기를 다짐하기도 했다.
바이든·트럼프, 헤일리 지지층에 '구애'
이번 미국 대선은 이례적으로 경선 레이스를 일찌감치 끝내고 두 전·현직 대통령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들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거 운동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싶다"라고 손을 내밀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누가 당선되더라도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쓸 정도로 나이가 많은 데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지지로 인한 아랍계 유권자 민심 이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 최소화가 숙제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미국인이 피하고 싶어 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대선은 1912년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공화당을 탈당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면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27대 현직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경쟁한 이후 112년 만이다.
당시 대선에서는 공화당 표가 분열되면서 민주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이 어부지리로 승리하며 28대 대통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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