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연습벌레, 정성화만의 콰지모도 [D:인터뷰]
배우 정성화는 뮤지컬계에서도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도 고민과 연습의 흔적이 여실히 묻어난다.
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정성화는 “나만의 콰지모도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콰지모도라는 인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추한 이미지가 그대로 전달되면서 동시에 연민의 정을 나타낼 수 있었으면 했다. 지금까지의 콰지모도와 차별을 두기 위해 연기적인 패턴과 목소리에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콰지모도와 종교적 신념을 거스르고 에스메랄다에게 욕망을 품는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 약혼녀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에게 매혹되는 페뷔스 등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콰지모도는 ‘추남’ 캐릭터의 대명사로 꼽힐 정도로 구부정한 자세와 일그러진 얼굴로 공연 내내 절뚝이며 무대를 누빈다.
정성화는 “등이 불편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최대한 낮은 자세로 무대에 서려고 했다. 왼쪽 다리에 무게 중심을 두고 걸어야 해서 굉장히 힘든 캐릭터다. 처음 며칠은 앓아누웠을 정도”라며 “근육 훈련을 많이 했고, 함께 무대에 서는 댄서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몸을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콰지모도의 외형적인 특징은 그의 목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정성화는 입을 비틀어가며 어눌한 발음으로 노래한다. 격한 감정을 표현할 때는 짐승의 절규처럼 들리기도 한다. 놀라운 건 그런 어눌한 듯 보이지만 출중한 성량은 여전하고, 대사 전달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자신이 내놓은 접시를 되돌아보듯, 무대를 선보인 이후 팬들이 내놓은 평을 세세히 살펴본다고 말한 정성화는 “처음엔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평도 있었는데 그 평이 저에겐 작품을 되돌아보는 그런 글이었다. 실력만 뽐내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는 걸 알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저음역대, 넓은 음역대를 써서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발음까지 뭉개진 설정을 잡게 됐다”고 했다.
뮤지컬 ‘영웅’에서 맡았던 안중근의 이미지가 혹여나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정성화는 “‘노트르담 드 파리’ 넘버를 부르는 영상에 독립운동을 향한 마음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니까 선입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표작이 있다고 해도 다른 작품에서는 대표작이 떠오르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외형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의 서사도 명확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과정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관객들이 콰지모도라는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고, 이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성화는 “오랜 꿈을 이룬 느낌”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연신 드러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꿈의 무대라 불린다. 프랑스 초연으로만 200만 명의 관객을 운집한 데다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이 관람한 스테디셀러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30대에 처음 이 작품을 봤던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공연이었다”면서 “보통 공연을 앞두고 걱정이되고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2004년 뮤지컬 장르에 처음 발을 들인 후, 정확히 20년이다. 긴 시간을 회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한 그는 “공연을 하면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단순히 실력적인 부분에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함께 무대에 서는 동료들, 스태프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내 성장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건 자신을 찾는 관객과의 관계이기도 하다. 정성화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중독은 환호와 박수예요. 매일 받아도 질리지 않는다”며 “그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연습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하나의 철칙이 됐고, 20년이 된 지금도 (연습량 만큼은) 지키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고, 관객과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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