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굽은 등, 나라도 사랑해줄까…정성화의 콰지모도는 연민
"정성화의 콰지모도는 '연민'입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나라도 저 사람을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49)가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라이브 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성화 표 콰지모도 만의 매력은 깊은 감정 표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꼽추 종지기 콰지모도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한국어 공연은 6년 만으로, 지난 1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했다.
정성화는 양준모‧윤형렬과 함께 콰지모도를 연기한다. 그는 콰지모도를 연기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했는데, 특히 "일그러진 얼굴에서 비롯된 어눌한 발음과 발성, 굽은 자세로 노래를 계속 부르기 위한 근력 운동 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첫 공연을 끝내고 리뷰를 보는데,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평이 있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내가 노래 실력만 뽐내려고 했구나.' 그래서 연기에 공을 들였습니다. 등이 불편한 사람은 어떻게 노래를 부를지, 콰지모도의 특징을 담아내면서도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면 발음은 얼마나 뭉개야 하는지, 고음은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해서 고민했어요."
첫 꼽추 연기는 20년간 무대에 선 베테랑 배우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굽은 자세로 다리를 끌며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체력 단련을 위해 "같이 공연하는 댄서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며 "같이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방지하는 법 등을 배웠다. 연습실 분위기가 태릉선수촌 같다"고 했다.
코미디언 출신 정성화는 2004년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 그 후 20년간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등을 거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그의 다음 목표는 '한국형 뮤지컬 영화'의 성공 공식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 한국은 뮤지컬 영화 불모지잖아요. 그런데 한국 관객들이 '웡카' 같은 뮤지컬 영화도 좋아하시거든요. 왜 한국 뮤지컬 영화는 흥행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좀 더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관객 피드백도 받으면서요. 영화 제작자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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