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연극 컴백 김신록 "우글거리는 생명의 세계 표현하고 싶었다"

박병희 2024. 3. 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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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2년만에 연극 출연
1인극 "15개 役에 '씽스'들도 표현하려 노력"
"생명·세상 이해하는 방식을 질문하는 작품"

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1인극이다. 소재는 장기 이식. 19살 청년 시몽 랭브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의 심장이 심근염 환자 끌레르에게 이식되는 24시간을 다룬다. 극 중 등장인물은 15명. 100여분 동안 시몽을 비롯해 사고 현장의 구조 대원들, 시몽의 부모와 여자친구, 장기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간호사, 끌레르 등의 인물을 배우 한 명이 연기한다. 배우는 해설자 역할도 겸한다. 무대 장치는 탁자 하나뿐이다. 탁자는 시몽이 탄 사고 차량이 됐다가 시몽이 누워있는 수술실 침대도 되면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신록을 지난달 말 정동극장에서 만났다. 여러 복잡한 상황과 다양한 인물을 홀로 소화해야 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부담스럽다면서도 되려 인물들 뿐 아니라 심장박동기, 매스 같은 '씽스(things)'들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상은 생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생명과 무생물 간의 연결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신록은 인터뷰 중 '씽스'라는 표현을 여러 번 반복 사용했다.

"(흉부외과 의사) 비르질리오가 수술실에서 땀을 흘리며 왜 이렇게 덥냐고 하는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기 모여 있는 모든 것이 소비하는 에너지가, 생명의 전이가, 이 방의 습기를 만들어낸다.' 수술실 안에는 사람도 있지만 심전도 모니터도 있고 수술 장갑, 매스 같은 도구들도 있다. 모든 씽스들, 꼭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 모든 개체가 서로에게 개입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배우 김신록 [사진 제공= 저스트엔터테인먼트]

한편으로 수술실에서 시몽의 몸은 장기 이식을 위해 조각조각 나뉜다. 시몽의 어머니 마리안은 말한다. 이렇게 다 조각 나버리면 이제 시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김신록은 "허망하고 무책임한 말 같긴 하지만 조각조각 나뉜 시몽은 그냥 물질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수술실 안의 습기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여러 씽스들이 개입하면서 만들어지고, 조각난 시몽의 몸은 물질, 즉 씽스에 불과하다면 인간이라는 생명체와 무생물 간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김신록은 "하나의 생명 혹은 인간만을 두고 이 세계를 이해하려할 때 이 세계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된다"며 "새로운 이해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연극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신록은 '우글거리는 생명의 세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름 붙여진 많은 세계와 이름 붙여지지 않은 또 다른 많은 세계가 있다. 이런 세계가 심층적으로 서로 뒤섞여서 연결돼 있고 이런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 질문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씽스들이 이 무대에 우글거리면서 향연할 수 있게, 내가 어떤 것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몽의 자동차가 트럭과 충돌한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의 대사는 인상적이다. 구조대원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트럭이 왼쪽으로 꺾어진 다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김신록은 "이유는 알 수 없다는 대사의 의미가 그냥 미스터리하다는 게 아니고 사실은 너무나 많은 요소가 개입해 사고가 일어난 것이고 그 원인을 따지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프로젝트그룹일다]

수많은 씽스들까지 표현하는 것에 방점을 찍으면 배우의 숫자는 의미가 없다. 되려 등장인물 숫자만큼 배우가 무대 위에 오른다면 극은 인물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배우가 여러 명 등장하면 오히려 많은 씽스의 숫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글거리는 많은 씽스들의 존재를 배우 한 명이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김신록의 2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이다. 그는 2004년 데뷔해 매년 연극 무대에 오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를 걸렀다. 지난해 초 방송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 활동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마에서 진양철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으로 출연했다.

"저라는 트럭이 제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 우글거리는 어떤 행위자들의 개입 안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왼쪽으로 꺾어져서 TV 카메라 앞에도 서보고 광고도 찍은 것이다. 제가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으로 또 많은 행위자들의 개입에 의해 제가 또 전혀 모르는 곳에 가 있기를 바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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