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누른 尹정부, 의사불패 꺾을 수 있을까?[뉴스설참]
의사 불패 신화도 파업 자신감으로 연결
화물연대 파업 승리한 강경 정부…이번엔?
尹, 의약분업 파업 1심 유죄 받아내기도
편집자주 - '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승리 공식' 각인된 의사들, 환자들 고통 아랑곳하지 않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5일 기자회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영웅으로 떠오른 의사들이 최근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단체 사직에 나서면서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사전 통보 등 법적 절차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의료 파업의 원인을 그간 의료계가 축적한 승리의 경험이라고 본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는 이번이 네 번째. 번번이 정부의 정책을 꺾는 데 성공했던 의료계가 이번에도 파업이란 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정부와 의료계가 맞붙은 1라운드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였다. 1999년 12월 국회에서 의약분업안이 포함된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료계는 장기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 정부는 전공의 보수 개선, 의대 정원 감축 등을 제안하며 의료계와 대화에 나섰다. 결국 2020년 8월 의약 분업은 시행됐지만 대신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의대 정원 351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만 했다. 이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의약분업 당시 의대 정원을 줄이지 않고 2024년까지 왔다면 추가로 배출됐을 인원이 6600명이 넘는다"며 정부의 증원 계획이 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배경이 됐다.
원격의료 확대안이 추진된 2014년에도 의료계의 반발에 정책이 철회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지방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의료계는 의료 산업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당시 검찰은 집단 휴진을 주도한 의협 지도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원격의료 추진안은 좌절됐다.
2020년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의료 대란이 정부의 추진력을 꺾었다. 문재인 정부는 10년간 매년 의대 정원 400명을 늘리고 지방 공공의대를 신설하려 했으나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도 몇만 명씩 쏟아져 나오던 시기로, 의료 인력이 절실했기 때문에 정부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 2700여명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전공의·전임의 10명에 대한 고발도 취하했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정책을 강행해왔다고 주장한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항상 의사들이 정부를 이겨왔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2005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2017년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때도 의사들은 반대했지만 이기지 못했고 결국 정책은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매번 승리했다는 주장이 맞는다면 의약분업과 의전원, 문재인 케어가 왜 시행됐겠냐는 지적이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4라운드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2022년 11월 화물연대 파업에 역대 정부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전공의 파업에도 같은 카드를 꺼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던 화물연대는 보름 만에 동력을 상실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번에도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정부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2000년 의료계 장기 파업을 주도한 인물들에게 1심 유죄 판결을 받아낸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중앙지검사였던 윤 대통령은 당시 김재정 의협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 등 9명을 의료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과 신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2005년 대법원이 김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내리면서 그의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가 2009년 재교부됐다.
현 상황 역시 의료계에 유리하지 않다. 지난해 말 의사면허취소법 시행으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나와도 의사 면허 취소가 가능해진 데다,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면허 재교부 비율은 2019년 85%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2.5%로 바닥을 쳤다. 면허 재교부 권한은 복지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현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전공의 파업 관련 면허 취소의 경우 재교부가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이미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854명을 상대로 면허 정지 사전 통보 절차를 밟고 있다. 복지부가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내리면 면허는 취소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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