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재철 “포기하지 않으면 때는 온다” [쿠키인터뷰]
배우 김재철은 요즘 목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가 목을 돌리는 모습만 봐도 환호성이 터져 나와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김재철은 “지금이야말로 영광의 순간”임을 매번 느낀다. 그에게 이런 기쁨을 안긴 건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지난 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철은 “‘파묘’와 함께하는 모든 일정이 소풍 같다”며 행복해했다.
김재철은 ‘파묘’에서 수상한 의뢰인 박지용을 연기했다. 의뭉스럽게 등장한 박지용은 공포감을 심어주며 극의 전반전을 여닫는다. 동시에 후반전을 내다볼 수 있는 단서를 던진다. 밑도 끝도 없는 부자이자 고국을 등지고 미국 LA에서 살아가는 이민 2세. 관객 사이에선 진짜 교포를 데려온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교포인 아내와 외국계 기업가들의 영상들을 보며 맹연습을 거친 결과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당초 김재철은 박지용을 “누군가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강인한 인물”로 판단했다. 그런 그에게 장 감독은 ‘애써 공격하려 하는 것보단 패스만 잘하는 게 오히려 더 찜찜하게 보일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김재철은 이를 “박지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라 돌아봤다.
하지만 이해와 연기는 별개인 법. “조금 더 힘을 줄 건지 뺄 건지, 자연스러울지 부자연스러울지” 중점 찾기가 영 쉽지 않았단다. 악령이 된 조부에게 빙의된 박지용을 연기하는 장면이 특히나 그랬다. 답을 골몰하던 그를 도운 것 역시 장 감독이다. 감독은 김재철이 해당 장면의 대사들을 다양하게 녹음해 보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이 직접 해당 대사를 연기해 보내기도 했다. 교차점을 찾아가며 연기한 결과 소름 끼치는 빙의 연기가 탄생했다. 어려운 장면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극 중 박지용이 김상덕(최민식)과 전화 통화를 하는 대목 역시 난관이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창문을 열기까지 쉼 없이 한 번에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두 명의 상덕을 연기한 조감독들과 카메라 감독 등 다자간 호흡이 중요했다. 수많은 NG 끝에 마지막 시도에서 겨우 성공했단다. 김재철은 “뜨거운 관객 반응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장면을 얻고 기뻤는지 그날 처음 고기를 사주셨다”며 웃었다.
뿌듯한 기억들은 새로운 동력이 된다. 오랜 무명 시기를 거친 김재철은 “그 덕에 ‘파묘’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선한 얼굴을 갈구하던 장 감독의 제안으로 ‘파묘’에 합류했다. 장 감독이 그에게서 박지용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 “평소 좋아하던 장 감독님과 최민식 선배님이 함께 작품을 한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감독님과 미팅을 하자는 거예요. ‘왜? 나를?’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오디션 준비를 해가야 하나 했더니 그냥 저랑 연기를 하고 싶으시대요. ‘왜? 뭐지?’ 싶더라고요.” 그야말로 “선물 같던 일”이었다. 지금도 ‘파묘’를 개인적으로 계속 관람 중인 김재철은 “처음엔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봤지만 이젠 최민식 선배님의 단단함과 유해진 선배님의 디테일, 김고은씨의 엄청난 연기와 이도현씨의 남다른 깊이감이 보인다”며 미소 지었다. ‘파묘’로 인지도를 대폭 키운 그는 “주목받는 게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바라진 않는다”며 “조용히 오래 일하다 보니 괜한 바람은 갖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인기가 없어도 제가 선택한 일이라 괜찮았어요. 스스로를 의심한 적이 없거든요. 속도가 느릴지언정 제가 잘할 수 있으리라 믿었어요.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실패할지라도 계속 두들기고 버텼어요. 이번엔 잘 되려나 싶어도 여러 계단을 한 번에 오를 순 없더라고요. 한 번에 한 계단씩, 어쩌면 이게 제 색깔인 거예요. 그 정도 속도라 다행이기도 해요. 그 덕에 ‘파묘’를 만난 거잖아요. 확실한 교훈을 얻은 셈이죠. 한 발짝씩만 나아가도 되니 욕심내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하던 대로 차분히 걸어가려 해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때는 오니까요. 인간 김재철과 배우 김재철 사이에서 잘 나아가야죠.”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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