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지지자는 누굴 선택하나…바이든·트럼프 ‘구애전’
“바이든은 너무 늙었고, 트럼프는 위험하다.” 지난 1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때 만난 공화당 유권자 브라이언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지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대결이 이뤄지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며 “모르겠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6일(현지시간) 공화당 경선에서 하차하면서 그의 지지자들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공화당 후보였지만 온건파 보수와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 왔던 독특한 포지션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이들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며 구애에 나섰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경선 중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트럼프가 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며 “정치는 사람들을 자신의 대의명분에 끌어들이는 것이지 외면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주의 운동에는 더 많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우리 당을 넘는 득표를 할지는 이제 그의 몫이며, 그가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나는 더는 경선 후보가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발언은 경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일들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녀는 자신의 유권자들에게도 트럼프 지지를 독려하지 않은 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숙제만 내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정 직후 트루스소셜에 “헤일리는 전날 버몬트주를 비롯한 다른 여러 공화당 경선에서 민주당원들이 참여했음에도 기록적인 방식으로 졌다”며 “헤일리가 받은 돈 대부분은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로부터 나왔고, 그녀의 유권자 중 50%가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헤일리가 ‘레이스’에 계속 남길 바란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를 선언하자 곧바로 지지자들에게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하나의 정당으로 단결해 조 바이든을 물리쳐야 할 때”라며 “트럼프 편에 서라고 말할 것을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후에도 헤일리 전 대사가 사퇴하지 않자 “지금부터 그를 돕는 이들은 영구적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캠프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원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을 흡수해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조언을 지속하며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은 “헤일리 지지자들은 공화당 경선에선 소수였지만 이들 결정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측 전략가들도 그들 중 일부가 펜실베이니아나 미시간 같은 치열한 전장에선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화당 전략가 데이비드 어번은 “(헤일리 지지자) 3분의 1은 확실히 집에 돌아올 것이고, 3분의 1은 절대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머지 3분의 1이 설득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경합주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사이 갈등을 노리며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헤일리 지지자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 캠페인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 “오늘날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에 대해 감히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헤일리는 항상 트럼프를 따라다니는 혼란, 옳고 그른 것을 볼 수 없는 무능력, 블라디미르 푸틴 앞에서 움츠러드는 진실을 기꺼이 이야기했다”고 칭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법치를 옹호하고, 서로를 품위와 존엄으로 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보존해 미국의 적에 맞서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그러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바이든 캠프는 환멸에 빠진 공화당원을 빼내기 위해 그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헤일리가 트럼프의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대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공화당 상원 1인자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지지를 확보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끔찍한 정책에 대한 방어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한 공격으로 역할을 전환하길 고대한다”며 “대선 후보로서 그가 내 지지를 받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 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 지지를 모두 얻으며 의회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하게 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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