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포커스]이게 쉬워보여? 르세라핌, 빌보드 '핫 100' 뚫은 비결 셋
박세연 2024. 3. 7. 05:39
결국 해냈다. 그룹 르세라핌이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을 뚫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최신(3월 9일 자) 차트에 따르면 르세라핌의 미니 3집 타이틀곡 ‘이지’가 메인 송차트 ‘핫 100’ 99위로 진입했다. 르세라핌의 데뷔 첫 ‘핫100’ 입성이다.
또 동명의 미니 3집 ‘이지’는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8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르세라핌은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미국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를 섭렵하며 코어와 라이트 팬덤을 다 잡은 K팝 걸그룹으로 도약했다.
◇ ‘퍼펙트 나이트’ 버블링 아쉬움 딛고 쓴 쾌거…4세대 톱 도약
‘핫 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총망라해 순위를 매기는 차트다. 해당 차트는 라디오 에어플레이 부문에서 점수를 얻기 어려운 해외 가수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매 주 금요일부터 차주 목요일까지의 성적을 집계하는데, ‘이지’는 월요일 오후 6시 공개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차트에 랭크됐다.
하지만 르세라핌의 이번 ‘핫 100’ 진입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앞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최신 차트(집계기간 2월 23~29일)에 따르면 ‘이지’는 미국에서 약 290만 회 재생되며 ‘위클리 톱 송 미국’에 팀 자체 최고 순위인 117위로 진입했는데, 이는 전작 ‘퍼펙트 나이트’의 주간 최다 스트리밍 기록인 250만 회를 크게 웃돈 수치였다.
‘퍼펙트 나이트’가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에 2주 연속 머무르며 ‘핫 100’을 코 앞에 뒀었는데 이번 신곡 ‘이지’의 스트리밍 추이가 전작을 뛰어넘은 만큼 ‘핫 100’ 입성이 기대됐다. 실제 ‘이지’는 ‘핫 100’에 99위로 데뷔하기까지 미국에서 공식 스트리밍 520만 회, 다운로드 1000건을 기록했다.
르세라핌의 ‘핫 100’ 차트은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에 이은 K팝 그룹 8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 내가 쉬워보여? 르세라핌 ‘이지’, 어떻게 통했나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앨범 차트와 송 차트에 동시 진입했다는 점에서 르세라핌의 위상이 굉장히 공고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르세라핌이 갖고 있는 다이내믹한 퍼포먼스와 함께 음악적으로는 편안하고 반복적으로 들어도 물리지 않는 이지 리스닝이라는 반전 매력이 통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구체적으로 르세라핌의 ‘이지’ 성공 비결을 짚어보면 트렌드 맞춤형 음악과 SNS를 활용한 홍보 전략, 여기에 그들 자신이 보여준 서사의 트라이앵글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지’는 팝송처럼 칠(chill)하고 힙한 느낌의 곡으로 전작 ‘언포기븐’, ‘안티프래자일’의 강렬함과 달리 느긋하고 편안한 이지 리스닝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퍼펙트 나이트’로 변주에 성공한 이들은 ‘이지’를 통해 기존의 강렬함으로 회귀하는 대신 다시 한 번 이지리스닝이란 전략적 승부수를 띄웠는데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걸맞은 음악으로 대중에 통했다.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르세라핌이 그동안 주로 센 노래를 타이틀로 선보이다가 ‘퍼펙트 나이트’부터 부드러운 노래로 바꾸며 다양한 매력 보여줬는데 거기서부터 저변이 확장된 결과 이번 성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느린 힙합 계열 음악이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요즘 글로벌 리스너들 사이에 인기 있는 장르를 택한 점도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요인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프로모션도 ‘이지’ 성공의 특별한 비결이다. 컴백 후 국내 음악 방송에서 ‘이지’ 무대를 선보인 이들은 현지 방송 및 라디오 출연 대신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프로모션을 펼쳤다. 이들은 유튜브와 함께 쇼츠 챌린지를 진행하며 전 세계 유튜브 유저에게 신곡을 알렸고,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퍼포먼스 영상 3편을 공개, 눈 뗄 수 없는 비주얼로 그야말로 ‘맹공’을 퍼부었고 실제 해당 영상들은 유튜브 미국 인기 급상승 동영상 차트 ‘톱 20’에 올랐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보통 ‘핫 100’ 차트 진입을 위해 현지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르세라핌은 SNS를 통해 곡을 확산시켰다”면서 “많은 K팝 아이돌들의 향후 프로모션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르세라핌이 태생적으로 지닌 ‘두려움 없는 당당함’과 ‘독기’ 서사가 ‘이지’ 컴백 트레일러를 통해 제대로 구현된 점도 포인트다. 예컨대 컴백 전 불거졌던 팬츠리스 패션 논란 또한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보면 드라마틱한 역설이 된다. 여기에 이지리스닝 음악과 대비되는 강렬한 퍼포먼스 역시 르세라핌이 흘린 땀과 노력의 징표다.
하 평론가는 “팬츠리스 논란 관련, 일각에선 선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성상품화 느낌보다는 당당한 자기표현의 느낌이 강했고, 그로 인해 팀의 ‘멋’이 두드러진 면도 있다”며 “곡 ‘이지’가 담고 있는 메시지처럼 노력의 성과가 그들의 모습 곳곳에 드러나면서 팀에 대한 지지가 공고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르세라핌은 오는 4월 13일과 20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규모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올해 라인업 중 K팝 걸그룹은 르세라핌이 유일하다.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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