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나가면 이기질 못한다'…뮌헨과 투헬, 'KIM 딜레마'에 빠지다

김현기 기자 2024. 3. 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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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마킹와 수비 리딩 등에서 좋은 실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팀을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훌륭한 수비수다.

'한국산 철기둥' 김민재가 지난 2021년 유럽 진출 뒤 첫 시련 속에 놓였다. 지난여름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혹사론 평가까지 들을 만큼 온 몸을 바쳐 뛰었으나 지난 2월 아시안컵을 마치고 뮌헨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토트넘에서 쫓겨난 에릭 다이어가 뮌헨에서 절친 해리 케인의 도움 아래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실력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인정받으면서 김민재가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 나갔다.

급기야 올시즌 뮌헨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벤치만 달구다가 결장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뮌헨은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준우승팀 라치오를 맞아 케인의 멀티골과 토마스 뮐러의 추가골 등을 묶어 3-0 완승을 거두고 8강 티켓을 움켜쥐었다. 2주 전 1차전 라치오 원정에서 중앙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의 퇴장 속에 0-1로 진 것을 되갚으며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선택이 화제를 모았다. 뮌헨 소속으로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27경기를 뛰었고 그 중 25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김민재가 벤치로 내려간 반면 다이어와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 마테이스 더 리흐트가 센터백 콤비를 이뤄 선발로 나선 것이다.


징조는 있었다. 독일 축구유력지 키커는 김민재를 가리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그의 제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유력지 빌트는 훈련장 소식을 전하면서 김민재가 충격적으로 라치오전에서 선발 제외된다고 했다. 설마했지만 투헬 감독은 이를 실행해 김민재를 벤치에 뒀다. 결국 김민재는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줄곧 주전으로 뛰다가 한 경기 쉬었다고 보기엔 경기의 중요성, 그리고 경기 전후 투헬 감독의 발언 등이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투헬 감독은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김민재 선발 제외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민재를 선발 라인업에서 뺀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2월24일)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때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좋은 활약을 펼쳤고 그래서 다시 이 조합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뮌헨은 올해 슈퍼컵과 분데스리가 원정 경기 등에서 라이프치히에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선두 추격의 불씨를 계속 살릴 수 있는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김민재를 벤치로 보내고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썼다가 후반 10분을 남겨놓고 김민재를 투입했다. 해당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투헬 감독 입장에서도 가장 최근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기는 조합'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투헬 감독의 라치오전 결단은 통해서 두 수비수는 괜찮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다이어는 뮌헨 빌드업의 중심이 됐다. 더리흐트는 뮐러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라치오전을 통해서 드러난 중요한 의미는 김민재의 수비 실력과 팀을 위한 헌신은 이미 유럽 정상급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결국 팀을 이길 수 있는 수비수가 좋은 수비수라는 점이다.

김민재는 최근 자신이 선발로 나선 10차례 공식 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다. 분데스리가 5경기와 국가대표 소속으로 뛴 5경기에서 모두 골을 허용했고 성적도 3승4무3패로 뮌헨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해당 대회 위상을 감안하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다이어는 라치오전 이전 자신이 선발로 출전한 5경기에서 4승 1무를 챙겼으니 투헬 감독 입장에선 다이어에 시선이 더 갈 수밖에 없다. 독일 언론도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라치오전에서 김민재 빼는 조합을 권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전을 이긴 뒤 수비수들을 거론하며 "행복하다"고 말한 뒤 이기는 조합을 찾을 것 같다"고 했으니 당분간 김민재는 험난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좋은 기술과 상대 공격을 탈취해 역습까지 만드는 화려한 플레이도 결국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투헬 감독과 뮌헨이 다시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투헬 감독은 향후 김민재 활용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빌트는 김민재 제외 결정 뒤 "투헬 감독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를 빼는 결정을 했다"고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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