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DNA 바뀐다…'급진파' 한총련∙통진당 세력과 연대 [VIEW]

유성운, 정용환 2024. 3.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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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친명당'이 된다기보다는 당의 DNA 자체가 바뀌고 있다"
'비명횡사' 등 공천 파동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한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주류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민주당 역사상 가장 왼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2024.3.3/뉴스1

민주당의 이념적 지형이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 ‘민주개혁세력’ 등을 자임해 왔지만, 스스로 이념을 '레프트'라고 내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 공천을 거치며 당의 주요 그룹이었던 친문·86·동교동계 등이 탈당 및 낙마로 대거 이탈하고 그 빈자리가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경기동부연합, 좌파 시민단체 등으로 채워지면서 민주당의 좌클릭 경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DNA' 교체에서 두드러진 것은 운동권의 세대교체다. 한마디로 '86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퇴조와 '97 한총련'의 부상이다. 이미 지난 대선 당시 한총련 1기 의장이었던 김재용 전 경기도 정책공약수석은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선거 정책을 맡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한총련 출신이 대거 뛰어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오른쪽) 강 전 원장 페이스북

광주 서갑의 강위원(한총련 5기 의장) 당 대표특보, 전남 해남-완도-진도의 정의찬 당 대표 특보(남총련 6기 의장), 성남 중원의 이석주 전 경기도청 갈등조정관(한총련 조국통일위원장), 부산 해운대을의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한총련 대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총선 이후에도 이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강경 좌파 노선을 강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비례위성정당엔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은 물론 시민단체인 연합정치시민회의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핵심 멤버였던 김재연·이상규 전 의원이 활동 중이라 '통진당 후신'이라는 평가다. 진보당 비례후보 1번인 장진숙 공동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갖고 있으며 비례후보 2번 전종덕 후보는 통진당 후보로 총선(2012년)과 지방선거(2014년)에 출마했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또 다른 축인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조성우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과거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미 FTA 반대, 사드(THAAD) 배치 반대 등의 시위를 주도해 대표적인 반미·친북 인사로 꼽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잔여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예정된 2017년 9월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소성리 시민들과 사드배치반대단체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연합과 비슷한 방식으로 4년 전 총선에서 조직된 더불어시민당은 탈원전 운동을 주도한 양이원영 의원,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 윤미향 의원 등 17명이 당선됐다. 이중 소수정당 몫으로 당선된 용혜인·조정훈 의원 등을 제외한 14명이 흡수합당 형식으로 민주당에 들어갔다.

당시 또 다른 비례 정당인 열린민주당도 민주당과 선명성 경쟁을 하며 최강욱 의원 등 3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결국 민주당행을 택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외치며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조국혁신당 역시 총선 후 민주당과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12월 18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 헌법재판소. 법정 나서며 기자회견하는 이정희 대표와 통진당 의원들.왼쪽부터 강병기 당 대표 후보자, 김재연 의원, 이정희 대표, 이상규 의원, 오병윤 의원. 중앙포토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대협과 재야운동세력을 제도권 정치에 수혈했다면, 이재명 대표는 당내와 경계(비례위성정당) 그리고 외곽그룹(조국혁신당) 등을 동원해 민주당 주류 교체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해방 이래 가장 좌경화된 제1야당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과 선거연대를 했던 이 대표의 경험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이 대표는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멤버였던 민노당 김미희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당선됐고, 당선 직후 김 후보와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은 성남시장인수위에 대거 들어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좌클릭 전략이 이번 총선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선거에서는 결국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를 잡아야 이길 수 있다"라며 중도 확장력 미흡이라는 측면에서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지형이 양극화되어있다 보니 선명성 경쟁을 하는 쪽이 강성 지지자 중심으로 표를 확보하는데 유리한 구조"라며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성운·정용환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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