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의사 파업, 지방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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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2022년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다.
경북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2022년 연봉 3억원을 제시했지만 찾아오는 의사가 아무도 없어 9차례 공고 끝에 지난해 1월 간신히 전문의를 찾았다.
오는 7월 문을 여는 충북 단양군 보건의료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 연봉 3억8400만원을 내걸었지만 세 번이나 공고했는데도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연봉을 4억2240만원으로 10% 인상하고 아파트까지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건 끝에 의사를 겨우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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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2022년 내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다. 연봉 3억6000만원. 일반 직장인에겐 꿈의 금액인데,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 수차례 공고를 더 냈지만 전화 문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4차 공고 끝에 겨우 채용한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근무를 포기했다. 결국 5차 공고까지 내고도 지원자가 없어 산청군은 4차 공고 때 채용됐다가 근무를 포기한 의사를 어렵게 설득해 간신히 빈자리를 채웠다.
이 같은 지역·필수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은 지방에선 흔하다. 경북 울릉군 보건의료원은 2022년 연봉 3억원을 제시했지만 찾아오는 의사가 아무도 없어 9차례 공고 끝에 지난해 1월 간신히 전문의를 찾았다. 오는 7월 문을 여는 충북 단양군 보건의료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 연봉 3억8400만원을 내걸었지만 세 번이나 공고했는데도 지원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연봉을 4억2240만원으로 10% 인상하고 아파트까지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건 끝에 의사를 겨우 뽑았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연봉 3억2000만원에도 지원자가 없자 결국 4억2400만원으로 올리고서야 간신히 의사를 채용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뉴스위크가 뽑은 ‘2024 세계 최고 병원’ 순위를 보면 250위 안에 17개의 한국 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한 곳 빼고는 죄다 수도권 병원이었다. 모두 고사 위기에 놓인 한국의 지역·필수 의료의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지금 한국에선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이 극한의 충돌을 빚고 있다.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했고, 정부는 면허정지로 대응하고 있다. 여론은 의대 증원 찬성 쪽으로 확연히 기운 상태다. 2006년부터 19년 동안 의대 정원이 묶여 있었고, 지역·필수 의료는 고사 위기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주장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무너져가는 필수 의료, 지역 의료를 육성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필수·지역 의료 육성 대책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지역의사제에 대해선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한다. 기피 분야에 대한 적정 보상 및 법적 부담 완화를 요구하지만, 그렇다면 단순하게 속초의료원에서 내건 연봉 4억2400만원은 의사들에게 아주 작은 보상인가.
전공의들도 자신들이 주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살인적인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선 그 직역에 종사하는 인원을 늘리는 게 상식이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증원 규모를 신청케 했더니, 전국 40개 대학 이 정부 목표치인 2000명을 훌쩍 넘긴 3401명을 늘려 달라고 했다. 이중 대다수가 지방 의대였다.
많은 의사가 자신을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나 지식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회의 모범이 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병상에 누워 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어서 돌봐야 하고, 쓰러져가는 지역·필수 의료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의대 증원 반대가 직역 이기주의가 아니고 증원 없이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전공의 중 일부는 전문의 자격을 딴 후 자발적으로 2년가량 지방 의료원에 자원하길 권한다. 대학병원 교수도 사회 봉사하는 셈 치고 1~2년 지방에 다녀왔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거나 “지방에 부족한 건 환자가 아니라 민도”라는 식의 막말도 삼갔으면 한다. 이런 말은 의사가 일반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고, 선민의식에 찌들어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 뿐이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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