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논알코올러가 찾아갈 식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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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지인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회식에선 "먹고 죽자"며 술을 강권하는 무시무시한 이가 있기 마련이다.
업무상 자리에선 "이렇게 만났는데 한 잔이라도"라며 술을 따르는 게 최소한의 예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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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지인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말하자면 논알코올러(Non-Alcoholer)다. 회사원인 그가 한국에서 사는 건 만만치 않다. 회식에선 “먹고 죽자”며 술을 강권하는 무시무시한 이가 있기 마련이다. 업무상 자리에선 “이렇게 만났는데 한 잔이라도…”라며 술을 따르는 게 최소한의 예의로 남아 있다. 그는 요즘 술 마셔야 할 자리에 무알코올 맥주를 가지고 나간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0.5% 미만이다.
함께 즐기고 싶지만 건강상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술이 아닌 술을 선택한 것이다. 최선의 절충안이지만 현실에선 실행이 쉽지 않다. “혹시 무알코올 맥주가 있냐”고 물으면 거의 열에 열 가게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가져간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도 되는지 물으면 흔쾌히 허락하는 곳은 많지 않단다. 한 가게는 그에게 “콜키지(Corkage) 서비스 비용 5만원을 내라”고 했다. 와인 콜키지와 똑같은 비용을 요구한 것이다. 3000원가량 하는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해 그 돈을 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콜키지 비용은 레스토랑에서 와인 잔 관리비 명목으로 받는 것이다. 고객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직접 가져와서 즐길 때 음식점에서 이를 돕는 서비스 비용이 콜키지다. 손님에게 더 넓은 선택권을 주기 위해 나온 배려인 셈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시는 주류에 고액을 부과하는 것은 그 유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사실 무알코올 주류 성장세를 보면 음식점이 오히려 논알코올러를 적극 맞기 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근래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추세 속에 건강을 위해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무알코올 맥주를 선택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15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이 7.7ℓ다.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1973년 16.8ℓ로 최고점을 찍은 뒤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도 맥주 소비량이 수십 년째 줄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맥주 판매량이 83억8000만ℓ로 1993년 소비량과 비교하면 25% 감소했다. 독일 주류업계는 독일에서 만드는 맥주의 10분의 1을 곧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주류 회사가 무알코올 맥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유기농 전문 마트 홀푸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는 무알코올 ‘애슬레틱’이다. 애슬레틱의 성공은 젊은층의 알코올 섭취 감소가 주요 배경이다. 미국 18~34세 중 술을 마시는 비율은 62%로 10년 전보다 10% 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미국의 전체 맥주 시장은 1% 성장했지만 무알코올 맥주 시장 성장률은 35%였다고 보도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술을 덜 마시면서 무알코올 음료인 맥주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한국도 무알코올 맥주가 2020년 이후 매년 최소 두 자릿수씩 판매가 늘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 음식점도 무알코올 주류 취급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논알코올러를 위해 무알코올 맥주를 비치하는 것이다. 비치한 주류가 없을 때는 메뉴판에 손님이 가져온 무알코올 맥주에 소액을 부과한다는 안내를 하면 어떨까. 논알코올러는 그런 친절한 식당을 찾아갈 것이다. 웬만한 커피숍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만날 수 있듯이 대다수 음식점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주문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길 바란다.
강주화 산업2부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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