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화의 마켓&마케팅] 주목도 높은 동물 광고, 개와 고양이 효과가 다르다고?
매년 2월 미국에서는 수퍼보울 시즌을 맞아 글로벌 기업의 광고 전쟁이 벌어진다. 주요 언론들이 최고, 최악의 광고를 선정하고 그 결과는 제품, 브랜드 평판은 물론 판매 실적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호평받는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중 하나는 동물이다. 2022년에는 기아자동차의 EV6가 로봇 강아지와 사람을 연결하는 내용의 ‘로보 독(Robo Dog)’ 광고가 제품 인지도와 선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았다.
말과 개 나온 버드와이저 수퍼보울 광고
올해 수퍼보울 광고 중에는 버드와이저의 ‘올드 스쿨 딜리버리(Old School Delivery)’가 눈길을 끌었다. 버드와이저는 과거 맥주 배달 마차를 끌던 클라이즈데일(Clydesdale)이라는 품종의 말을 직접 소유하며 광고에 종종 등장시킨다. 2014년, 2015년 시즌에 선보였던 클라이즈데일과 래브라도 강아지의 우정을 담은 감동적인 드라마는 동물 광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번 광고에는 클라이즈데일과 훌쩍 큰 래브라도가 다시 등장했다. 폭설 속에서 트럭 운행이 어려워지자 예전 방식인 클라이즈데일 마차로 맥주를 배달하고 래브라도가 길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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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적 투자상품엔 적극적인 개
안정성 강조할 땐 고양이 활용
젊은 세대 반려동물 영향력 커
동물 친화적인 이미지가 중요
」
그런데 올해 광고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3년 버드와이저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트렌스젠더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보수 성향이 강한 충성고객의 반감을 불러 비난과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처지에 놓였다. 20년 이상 지켜온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뺏겼고, 주가는 폭락했다. 이번 광고는 버드와이저를 상징하는 동물을 내세워 브랜드 전통을 되새기고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눈길 끄는 광고의 3B 아기·미인·동물
광고에는 아기(Baby), 미인(Beauty), 그리고 동물(Beast)이 주목도를 높인다는 3B 원칙이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동물은 주의를 끌 뿐 아니라 관련된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메시지 전달성을 높인다.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귀여움, 따뜻함, 안전함 등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고, 이는 제품과 브랜드로 전이된다. 스바루 자동차는 개 가족이 등장하는 유머 광고로 유쾌한 이미지를 심어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아지의 꿈(A Dog’s Dream)’이란 광고로 친근감을 전달할 수 있었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레이 지아(Lei Jia) 교수는 개와 고양이가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여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개, 고양이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보여준 후 A, B 두 유형의 비타민 광고를 제시했다. A 광고는 제품이 에너지를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B 광고는 암과 심장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개가 나오는 동영상을 본 집단에서는 A 광고, 고양이 동영상을 본 집단에서는 B 광고 제품의 선호도가 높았다.
두 집단이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은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세부 품종이나 개체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 고양이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개는 개방적이고 표현에 적극적이다.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반면 고양이는 예민하고 조심성이 강하다. 변화를 싫어하고 낯선 상대에게 경계심을 보인다.
개는 향상초점, 고양이는 예방초점
두 동물의 차이는 소비자의 조절초점에 영향을 미친다. 행동의 지향성을 설명하는 조절초점은 성과 획득에 집중하는 향상초점과 손실 회피에 집중하는 예방초점으로 구분되는데, 각 초점의 강도는 개인의 성격이나 노출된 자극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를 보면 개의 전형적인 기질이 연상되어 이상적인 상황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고양이를 보면 위험에 민감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개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본 소비자는 향상초점이 활성화되어 성과 획득(에너지 강화)을 강조한 제품을, 고양이 동영상을 본 소비자는 예방초점이 활성화되어 손실 방지(암 예방)를 강조한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듀크 대학의 리사카바노프(Lisa Cavanaugh) 교수는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자신의 성격이 유사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예민한 사람이 비슷한 성격을 지닌 타인에게는 호감을 느끼지 않더라도 나를 닮은 동물에게는 애정과 만족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는 젊은 세대에게 반려동물은 첫 아이이자 자신의 일부로 여겨지므로 일상 속에서 반려동물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는 성장, 획득 등 향상초점 관련 단어가,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지역은 안전, 손실 등 예방초점 관련 단어가 더 많이 검색된 것으로 나타난다. 고양이보다 개를 키우는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비중이 높았던 것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철저하게 실천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물을 활용한 마케팅도 상품이나 고객 특성에 따른 정교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광고에는 개를, 손실 회피에 초점을 둔 안정적인 상품의 광고에는 고양이를 등장시키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웰스 파고가 신용카드 사고 방지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에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또 목표 고객이 평소 교감하는 동물의 유형이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동물 복지에 관한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동물권 단체 PETA가 동물실험, 동물성 성분 등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최고, 최악의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상품 리스트는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동물을 광고에 등장시키거나 캐릭터로 사용하기에 앞서 동물 복지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실천하는 동물 친화적 브랜드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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