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히포크라테스가 한국에 왔다면
기원전 460~370년 그리스에 히포크라테스 가문이 있었다. 5대에 걸친 의사 가문이니 지식과 경험으로 축적된 의술이 당대를 지배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철학과 해부학에 눈뜨면서 히포크라테스의 책을 읽고 격찬한 기록이 남아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치유사원(治癒寺院)에서 수행했음에도 질병이 신의 저주가 아니라 자연 현상의 일부라 여겼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발병의 원인이며, 건강이란 결국 공기·물·장소에 따른 복합적 현상이라 해석했다. 그러므로 병에 걸리면 일단 단식하며, 꿀과 식초를 마시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것을 치료의 기본으로 삼았다.
히포크라테스가 지금껏 회자하는 것은 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의사란 정결하고, 정직하며, 평온하고, 배려하며, 진지해야 하며, 스승과 환자를 내 친형제로 여기며, 손톱도 정갈해야 한다.
지금 ‘의료대란’이란 어려운 고비를 겪고 있다. 의사와 정부 모두 할 말이 있겠지만, 그 두 쪽 모두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지만, 늘어난 의사가 의료 사각지대나 돈벌이가 안되는 곳에 내려가 헌신과 봉사만으로 살 수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의사는 보람만으로 살 수 없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위반하면 민사·형사 처벌을 하던 중세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이 갈등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의사협회의 주장에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주말에나 옷을 갈아입으러 잠시 집에 갈 만큼 바쁜 전공의들이 왜 증원을 반대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모 자식처럼 생각해야 할 중증 환자를 뒤로하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못 본채 병원문을 나서는 그들의 처사에 국민이 애달파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사들은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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