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볼러’ 된 이유? 공이 너무 무거워서요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선수, ‘볼링왕’입니다!”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볼링장에서 만난 ‘볼링 천재’ 배정훈(17·수원 곡정고 2)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배정훈은 지난달 24일 끝난 볼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위에 올라 8명을 뽑는 볼링 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번에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 중 고교생은 배정훈이 유일하다. 그러나 배정훈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한국 남자 볼링 역사상 최초의 양손(투핸드) 볼러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한 손 스윙이 일반적인 볼링에서 두 손으로 스윙하는 배정훈은 ‘이단아’다. 처음엔 ‘바보처럼 던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성인 선수에 비해 체격이 작은 배정훈(1m70㎝, 63㎏)은 “처음엔 15파운드(약 6.8㎏)의 볼링공을 한 손으로 들기 버거워서 자연스럽게 양손으로 던졌다. 던지다 보니 투핸드가 습관이 됐고, 무엇보다 멋져서 폼을 바꾸지 않았다. 덕분에 선배 국가대표들 사이에선 볼 수 없는 ‘양손 볼러’가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양손 볼러가 극소수인 건 아니다. 최근 10대 유망주 볼러 사이에선 양손 스윙이 대세이자 트렌드다. 예전엔 양손 볼러 출신 지도자가 없어서 투핸드 스윙을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자세를 익히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양손 볼러’로 불리는 제이슨 벨몬트(40·호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핸드 스윙 강의를 한다. 벨몬트는 미국프로볼링협회(PBA) 역사상 가장 많은 메이저 우승(15회) 기록을 가진 볼링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독특한 스윙 폼 덕분에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린다. 배정훈도 벨몬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는 “두 손을 쓰면 공을 던질 때 회전을 더 줄 수 있다. 그만큼 강하게 볼링핀을 맞히면 임팩트도 세진다. 스트라이크를 기록할 확률이 크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배정훈은 볼링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볼링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선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볼링에 입문한다. 그러나 배정훈은 달랐다. 무서운 속도로 기량이 좋아진 그는 볼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최연소(14세)로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리고는 스웨덴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해 2인조 은메달, 개인전 동메달까지 따냈다. 이후 전국체전을 비롯해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중·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고교 전국대회의 경우 2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그렇다고 재능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배정훈은 “학교 가고 자는 시간 빼곤 볼링만 생각한다. 친구들은 컴퓨터나 닌텐도 게임을 하지만, 나는 손도 안 댄다”고 말했다. 유일한 낙은 훈련 후 집에서 치킨을 실컷 먹는 거다.
배정훈의 과제는 멘털 관리다. 그는 5일간 치러진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마지막 날 초반까지 2위를 달리다 막판에 8위로 떨어졌다. 배정훈은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이제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기술-피지컬-정신력 삼박자를 겸비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배정훈의 다음 목표는 9월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한국 볼링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어서 누가 출전하든 우승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배정훈은 “대표팀에서 다시 내부 선발전을 통해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를 가린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아시아 전역에 ‘10대 양손 볼러’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 배정훈
「 생년월일 2007년 3월 29일(17세)
소속 2024년 국가대표 겸 청소년 국가대표, 수원 유스
주요 기록 2022년 최연소 청소년 국가대표(만 14세), 2024년 남자 최초 ‘양손 볼러’ 국가대표
사용구 15파운드(6.8㎏)
롤모델 제이슨 벨몬트
별명 볼링 천재, 볼링왕
」
수원=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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