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커졌다…다시 시작된 ‘박해민 레이스’

배영은 2024. 3. 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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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

빠른 발과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34)이 6년 만의 ‘왕좌 탈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누상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려고 한다. 다시 한번 도루왕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박해민은 지난 10시즌 중 9차례나 도루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가대표 ‘대도’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2015년에는 60도루 고지를 밟으면서 ‘발야구’ 돌풍을 일으켰다. KBO리그에서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른 선수는 역대 단 3명(전준호·이대형·박해민)뿐이다.

통산 도루 수는 368개로 역대 9위다. 6위 김주찬이 388개, 공동 7위 정근우·이순철(이상 은퇴)이 371개라 올해 안에 순위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2020년에는 단 한 개 차로 다섯 번째 도루왕을 놓쳤다.

올해는 박해민이 도루왕 복귀를 노릴 수 있는 최적의 시즌이다. KBO리그는 올해부터 베이스 크기를 3인치(7.62㎝) 확대한다. 베이스가 기존 15제곱인치(15인치×15인치)에서 18제곱인치(18인치×18인치)로 커지면서 1~2루 간과 2~3루 간 거리가 4.5인치(11.43㎝) 짧아졌다.

박해민은 “새 베이스를 이전 것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을 확 받았다. 베이스 간 거리가 짧아진 만큼 더 많이 움직여도 될 것 같다”며 “최근에는 상대 견제가 심해 마음속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잘 뛰지 않았다. 올해는 조금 더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바뀌는 베이스 사이즈

박해민은 2022시즌을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LG로 이적했다. 그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타격을 강점으로 내세운 외야수가 여럿 나왔지만, LG는 수비 잘하고 발 빠른 박해민에게 4년 총액 60억원을 안겼다. 박해민은 그 후 2년간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장하면서 LG가 그를 선택한 이유를 보여줬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기민한 야구 센스로 우승에 필요했던 퍼즐 한 조각을 확실히 메웠다. LG는 결국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숙원을 풀었다.

박해민은 “나뿐 아니라 오스틴 딘, 박동원 등 많은 선수가 가세하면서 팀이 강해진 거다. 모든 선수가 하나가 돼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며 “어렸을 때 삼성에서 우승(2014년)할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형들 힘에 의지해 우승했다면, 지난 시즌에는 베테랑 선수로서 힘을 보태면서 우승을 해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우승의 기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말 기분 좋았다”고 했다.

박해민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3년 후배 홍창기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타격은 나보다 창기가 낫다. 후배라도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면 내가 배울 건 배워야 한다”며 조언을 구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해 1번 타자였던 ‘출루왕’ 홍창기를 올해는 2번 타순에 배치하고, 박해민을 리드오프로 기용해 테이블 세터(1~2번 타자)의 득점력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박해민은 “이 계획이 잘 이뤄지려면, 그 열쇠는 사실상 내가 쥐고 있다. 내가 (홍창기 앞에서) 더 많이 치고 나가야 한다”며 “창기의 영상을 많이 보고 질문도 많이 했다. 동료지만, 경쟁자일 수도 있는 내게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알려줘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박해민은 올해는 유독 이루고 싶은 게 많다. 도루왕과 2년 연속 통합 우승은 기본이고, 시즌 종료 후엔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모두 경험한 박해민에게 프리미어12는 마지막 남은 국가대표 버킷 리스트다.

그는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류현진 선배님이 프리미어12에 출전하고 싶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꼭 한 번은 국가대표로서 류현진 선배님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올해 잘해서 꼭 태극마크를 다시 달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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